지난해 생보 설계사 1만여명 떠나…수익 악화에 인슈어테크 확산 영향

생명보험업계가 설계사 영업 조직을 줄이는 구조조정 규모를 키우고 있다. 2021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이하 IFRS17) 도입이 예고되면서 보험사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 생보업계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보험 상품을 모바일로 파는 인슈어테크가 보험업권에 급부상하고 있어 설계사의 입지는 갈수록 더 좁아질 전망이다. 


10일 금융감독원과 생보업계에 따르면 생보업계의 설계사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25개 생보사에서 일하는 보험 설계사는 총 10만9592명이다. 1년 사이에 1만7962명(14.1%) 급감했다. 2014년과 비교해 업계를 떠난 설계사는 2만4411명이나 된다. 특히 매년 3000여명 정도씩 업계를 떠나던 설계사가 지난해에는 1만여명이 한꺼번에 직장을 등지는 등 생보업계의 설계사 축소 바람은 갈수록 더 거세지는 양상이다.

보험 설계사 규모는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 9월 10만9919명, 8월 10만9634명, 11만803명 등 매달 설계사 숫자가 줄었다. 연간별로 봐도 2016년 10월 기준 보험 설계사는 12만7554명, 2015년 10월 13만404명, 2014년 10월 13만4003명으로 설계사 축소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

생보사 빅3로 불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설계사 규모를 보면, 삼성생명의 설계사는 총 3만7883 

명(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10월보다 3418명(9.9%)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화생명 설계사는 2만6명으로 지난해 10월보다 4.6% 줄었다. 교보생명도 지난해 10월 총 1만7556명의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다. 1년 전보다 3.2% 줄었다. ​

 

생명보험업계가 보험영업수익 악화, 재무환경 악화 등에 처하자 제일 먼저 보험 설계사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뉴스1

◇보험 신계약률·영업수익 하락 등 성장 한계 맞은 생보업계

생보사들은 보험 설계사를 줄이는 이유로 IFRS17 도입을 가장 크게 꼽는다. IFRS17은 보험부채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결국 과거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보사로서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고객에게 줄 보험금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 보험금이 앞으로 모두 회사의 부채로 잡히면서 재무 부담이 크게 증가하게 됐다.

이뿐 아니라 생보업계 보험 신계약률은 매년 하락하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25개 생보사의 신계약율은 11%다. 1년 전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2015년의 업계 신계약율은 14.2%, 2014년은 14.6%다. 경영효율이 매년 줄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25개 생보사가 지난해 10월까지 벌어들인 보험영업수익은 68조21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3조2768억)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생보업계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는 말이 나온다"며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에서 성장 한계를 느끼는 회사들이 우선적으로 설계사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핀테크기술 중 하나인 인슈어테크가 업계에 도입되면서 설계사가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전통적인 보험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 사진=뉴스1
◇인슈어테크 등 업계의 모바일화, 설계사 구조조정 부추긴다

최근 생보업계에 불고 있는 온라인과 모바일 상품 판매 확산도 설계사 축소 바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여행자 보험 수준에서 그쳤던 모바일 보험상품 판매는 최근 저축보험, 연금보험 등으로 확대됐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지난달 4일부터 20종의 보험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하고 KB국민은행도 모바일 전용 상품에 저축보험과 연금저축보험 상품을 추가하면서 모바일, 인터넷 보험 상품 판매는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 최근 핀테크기술 중 하나인 인슈어테크도 업계에 도입되면서 설계사가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전통적인 보험산업의 사업모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인슈어테크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해 보험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술을 말한다. 보험연구원 조영현 연구위원과 이혜은 연구원이 지난 1일 발표한 '주요 인슈어테크기업 사례와 시사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11년 1억4000만달러에 불과하던 인슈어테크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은 2016년 16억9000만달러로 5년 사이에 16배가량 늘었다. 두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최근 인슈어테크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관련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인슈어테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보험회사 CEO 및 경영인 조찬회에서 "인슈어테크와 건강관리형 보험상품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인슈어테크가 보험료가 소액이거나 판매수수료가 낮아 기존 보험 시장에서 공급되지 않은 상품도 금융소비자가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슈어테크가 보험 업계 혁신을 주도한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를 통하지 않고 모바일을 이용해 직접 보험상품을 고르는 시대가 오면서 보험 설계사 수를 줄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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