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재난 사고 평균 사망자 8.3명·부상자 16.3명…‘인재’가 인명 피해 더 키워


집중 호우·지진 등 자연 재난부터 화재, 공사 현장 사고 등 사회재난 및 산업안전에 의한 대형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대한민국이 반복되는 대형 재난으로 수많은 국민들의 목숨과 재산을 잃고 있다. 연이은 재난과 그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 악순환은 우리 사회 재난 예방과 대응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시사저널e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대형 재난 사고와 피해 사례를 중심으로 재난 예방 대책을 집중 취재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야 할 제도적 대안도 꼼꼼히 짚어봤다. [편집자주]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16년 기준 세계 11위다. 가난한 아시아의 변방 국가에서 명실상부한 경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암울한 성적표가 있다. 바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대형 재난에 대한 예방과 대응력이다.  

한국의 2015년 국민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0년 전인 2006년보다 28.6%나 늘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 중 ‘안전’ 부분의 지수는 같은 기간 22.2% 오르는데 그쳤다. 국내 경제 성장의 속도에 비해 재난 등 국민 안전 분야의 성숙은 더딘 셈이다.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재난 사고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행정부 재난연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7~2016년) 다중밀집시설 대형 화재, 다중밀집건출물 붕괴대형사고, 지하철 사고, 산불 등 이른바 ‘대형 재난 사고’는 총 66건 발생했다. 

 

자료=행정안전부, 디자인=조현경 디자이너

통계치로만 1년에 6.6회 꼴로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문제는 재난 사고의 빈도 수보다 뒤따르는 인명 피해의 규모다. 이들 재난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35명, 부상자는 1218명에 달했다. 실종자는 51명으로 나타났다. 

 

전대미문의 해양사고 인명 피해가 컸던 세월호 침몰 사고(사망 304명)를 제외하더라도, 대형 재난 사고 1건당 8.2명이 사망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대형 재난 사고 1건당 부상자도 16.3명(세월호 사고 부상자 105명 제외)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지적받는 것은 대부분의 대형 재난 사건이 미리 막을 수 있었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대형 재난 사고가 ‘인재(人災)’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최초 출동한 소방 인력은 13명이었지만 실제로 불을 끌 수 있는 진압대원은 4명 뿐이었다. 

 

무전 교란으로 스포츠센터 2층 여자사우나의 구조가 급하다는 무전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 사이 2층 자동 출입문 앞에서 20명이 숨졌다. 스포츠센터 인근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치우느라 초동 대응도 늦어졌다.

제천 참사가 인재로 인한 대형 재난 사고의 종합판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제천 참사로 드러난 지방의 소방 인력과 장비 부족, 불법 주차 문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문제다. 그러나 여전히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제천 참사로 이어졌다.

공사 현장에서 빚어지는 각종 사고도 있다. 지난해 5월 1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크레인 두 대가 충돌해 근로자의 날 쉬지 못하고 일하던 노동자 6명이 죽고 25명이 크게 다쳤다.

대규모 재난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특히 크레인 사고가 유독 많았다. 지난해 5월 삼성중공업 조선소 크레인 사고 이후 ​22일 만인 같은 달 경기 남양주시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부러져 노동자 3명이 숨졌다. 이후에도 사고는 계속됐다. 지난해 10월 10일 경기도 의정부 민락2지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부러져 3명이 숨졌다. 

 

또 12월 28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철거공사현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져 시내버스를 덮쳤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명이 숨졌고 15명이 다쳤다. 지난해만 11번의 크레인 사고로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 크레인이 넘어져 인명 피해로 이어진 사고들이었다. 크레인 안전점검이 미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연재해로 인한 대형 재난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해 한반도 남단을 강타한 포항 지진은 한국이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앞서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지난해 포항 지진까지 두 차례 강진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때마다 내진설계가 안된 건축물이 무너져 내렸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국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273만8172동 중 기준을 충족한 건물은 20.6%(56만3316동)에 불과했다. 포항 지진으로 부상자 90여명, 이재민 1400여명이 발생했다. 재산피해는 770억원에 달했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은 오랜 기간 대한민국에서 여러 재난들이 반복됐으나 정부는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면서 “재난이 일어난 후에야 사후약방문 식으로 대응해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예상치 못한 지진, 화재, 공사장 사고 등의 각 위험 요소를 모두 도출해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통해 예산을 편성하고 법 개정에도 나서야 할 것”이라면서 국민 개인들도 안전불감증에 빠져있다. 개개인이 재난 대책에 대해 일상에서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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