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사면 등 현안 거래 관련 의혹은 말 아껴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592억 뇌물' 등 관련 106회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이 9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재판에 출석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다만 최태원 회장의 사면 등 SK의 ‘현안 거래’ 의혹 부분은 말을 아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이날 오후 2시부터 2시간가량 김 회장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 회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SK가 총 111억(미르 68억, K스포츠 43억)을 출연한 배경에 대해 “출연을 거부하기 어렵도록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 제시했고 (SK 내부) 사회공헌위원회가 전경련 요청사항을 전달해 계열사가 출연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이 청와대 지시로 설립된 재단인 것을 전경련으로부터 고지받고 전경련의 요구대로 출연에 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냐”라는 검찰 측 물음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두 재단 설립 당시 SK가 외압에 의해 의사결정을 한 것인가”라는 변호인 측 물음에는 “실무진 선에서 의결하고 집행부서가 집행한 것”이라며 “외압 여부를 알려고 할 필요가 없었다”고 즉답을 피했다.

“외압이 없었다고 보면 되는가”라는 거듭된 질문엔 “이미 전경련이 금액 배정해 각 그룹에 나눈 금액이어서 저한테 보고될 필요도 없었고, 관여할 입장도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K스포츠재단 측에서 80억원을 추가로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이미 정상적인 통로로 111억원을 냈는데 또 내라고 하니 (실무진에게) 문제 있다고 들은 기억은 있다”면서 “말도 안되는 일 일어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재단 출연 배경과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도 최 회장의 특별사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등 기업 현안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회장은 “(재단에 출연금을 내면서) 현안이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했느냐”라는 변호인 측 물음에 “저한테 질문하실 내용이 아니고 제가 관여할 사항도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2016년 2월 최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면담하기 전 2회에 걸쳐 SK 내에 회의가 있었고, 대통령과 대면해도 현안에 관해 청탁한다거나 대가 제공해서까지 관철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냐”는 물음에도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에 검찰 측이 “증인신문 조서에 따르면 SK는 ‘건의할 현안’으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워커힐 면세점 특허, 최재원 가석방 등이 기재돼 있다”고 지적하자 이를 인정했다.

검찰은 김 회장이 “CJ헬로비전 인수는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안종범 전 수석이 면세점 개선안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조기 석방은 답 못 들었다”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회장은 2015년 7월 24일 당시 수감 중이던 최태원 회장을 대신해 박 전 대통령을 단독 면담했다. 김 회장은 최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특별사면 되기 이틀 전인 2015년 8월 13일 안종범 전 경제정책수석에게 “사면시켜 주신 하늘같은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SK가 현안해결을 빌미로 박 전 대통령과 ‘거래’를 한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면 후인 2016년 2월 최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은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11억원과 면세점 사업권 획득 문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문제, 개인정보 관련법 정비, 빅데이터 관련법 제정 등 SK의 현안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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