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대출자 15%는 연체 경험도…채무조정 제도 활용도 낮아

학자금, 생활비 등을 대출하는 대학생·청년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취업을 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사회초년생 규모가 커지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대학생 권아무개씨(27·남)는 2015년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10년 상환을 조건으로 학자금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취업준비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월 상환금이 밀리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로 버는 소득은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벅찼다. 권씨는 “취업이 금방 될 줄 알았다. 이젠 졸업 후가 더 걱정”이라며 한숨지었다.

학자금, 생활비 등을 대출하는 대학생·청년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취업을 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사회초년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학자금을 갚지 못한 청년 대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청년 신용유의자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지원 정책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19~31세 청년 중 약 5명 중 1명(20.1%)이 학자금 이외에도 생활비, 주거비 목적으로 대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15.2%는 상환금을 연체했으며, 2.9%는 3개월 이상 중장기 연체를 경험했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중·장년층 대출경험자 중 연체자 비중은 2% 미만이다.

청년 대출자들의 연체율이 유난히 높은 이유에는 최근 심화된 취업난이 크게 작용했다. 학자금을 갚기 위해 취업을 해야 하지만, 그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청년실업률은 9.2%를 기록했다. 통계작성이 시작된 1999년 이래 최대치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첫 취업 평균 소요기간은 11.6개월이다. 이 기간 동안 구직자 10명 중 8명은(80.8%)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째 취업 준비중인 윤아무개(31·남)씨는 “생활비가 급하면 대출을 쓰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밖에 없다”며 “학자금 대출 원금상환기간이 다가왔다. 매달 10만원 정도를 내야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비를 최대한 줄이지만 학원비, 생활비 등까지 부담하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 구직해도 끝 없는 ‘대출의 덫’

한국장학재단, 신용회복위원회 등은 청년 대출자를 위해 연 5% 수준의 저금리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청년 대출자들의 빚 규모를 키우는 암초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직이 어려워지면서 학자금에 이어 저금리 대출까지 못 갚는 청년들이 많아진 까닭이다.

노량진에서 공무원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이아무개씨(28·여)는 작년 말에 300만원을 대출받았다”며 “300만원 정도면 취직 후에 금방 갚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정금리로 쌓여가는 연체금을 보니 마음은 편치 않다. 시험에 합격할 거라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구직에 성공한 김아무개씨(29·남)는 “지난해 전세금 대출을 신청했는데 거절됐다. 신용등급이 낮은 탓”이라며 “신용등급은 당연히 높을 줄 알았다. 신용카드 연체 경험도 없고 직장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학자금 일반대출 연체 기록이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채무조정 제도 인지도·활용도 낮아

정부가 이같은 청년 신용유의자들을 위해 채무조정 제도가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나,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부터 한국장학재단은 부실채무자에 대한 지원 정책에 대한 확대 운영을 시작했다. 고용노동부가 제공하는 고취업성공패키지를 이수하면 신용유의 기록을 지워주는 제도다.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고 신용등급을 회복시킨다는 취지다.

하지만 채무조정 제도가 있어도 몰라서 사용하지 못하는 청년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에 따르면 청년 금융채무불이행 등록 경험자 중 70%는 채무조정 제도를 모르거나 자격요건에 미달해 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승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부채상황이 높은 상태에서 구직할 경우 노동시장에서 선택지가 좁아진다”며 “청년 대출 문제는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청년의 삶을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 사회 정책 전반에서 다각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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