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수입車 전체판매량 지난해에도 2만대 남짓…FTA 업체별 할당제 2만5000대에도 턱없이 못 미쳐

 

미국 자동차 업체의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의 판매량이 할당제 2만5000대에 현저히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이 주장하는 자동차 수입 할당제 폐지가 실효성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FTA 상으론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차량이라도 업체당 25000(할당)까지 수입이 가능하다. 미국은 현재 한국과 무역 거래 중 적자 대부분이 자동차 분야에서 발생한다고 판단하고 이 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 판매가 할당제 폐지를 논할 만큼 활성화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된 미국산 차는 총 219대다. 전년에 비해 판매량이 9.5% 증가해 약진했지만, 전체 판매량이 업체별 할당제인 25000대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미국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 중인 포드의 지난해 판매량은 1727대에 불과하다. 할당제를 넘어서려면 판매량을 두 배 넘게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포드의 지난해 판매 실적은 전년에 비해 오히려 4.4% 뒷걸음질 쳤다.

 

포드의 국내 시장 볼륨모델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익스플로러가 유일하다. 익스플로러는 디젤차 일색인 대형 SUV 시장에서 유일하게 가솔린 모델만을 내세우며 시장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6000여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판매량이 30%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익스플로러 흥행에도 불구하고 중형 세단 몬데오, 대형 세단 토러스 등의 부진으로 전체 실적은 감소했다.

 

다른 미국 자동차 업체인 크라이슬러와 캐딜락 등은 지난해 큰 폭으로 성장하며 수입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크라이슬러는 전년에 비해 판매량을 22.2% 늘렸다. 캐딜락의 실적 증가 폭은 더 컸다. 전년 동기보다 두 배 가까이 판매량을 불렸다.

 

다만 두 업체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 비중은 애초에 크지가 않다. 크라이슬러와 캐딜락의 지난해 판매량은 각각 7284, 2008대다. 거침없이 시장을 확장해 나간다 하더라도 25000대에 도달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할당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차량 가격이 급격히 낮아진다거나 판매량이 늘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한국 정부가 할당제를 인정해준다 하더라도 국내 판매량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과 미국의 상이한 안전기준에 탓에 할당제가 폐지될 경우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보행자보호, 전조등, 방향지시등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안전기준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UN 국제기준을 닮아가려 노력 중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국제 기준을 만든 것도 있다미국 기준은 UN 국제기준과는 동떨어져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방향지시등만 놓고 봐도 우리나라는 황색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미국은 적색도 허용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후방 운전자가 전방자의 적색 신호를 브레이크 신호로 오인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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