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수수, ‘정치보복’ 프레임 안 맞아…유죄 확정 시 삼성동 자택 등 추징 가능

지난해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정치보복’을 주장하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되자 유영하 변호사를 정식 선임했다. 이를 두고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난센스’라며 박 전 대통령과 유 변호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나 전 회장은 8일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제3자 뇌물제공죄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농단 재판에서 ‘자신이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며 정치보복 주장이 가능했다”면서 “(그러나) 돈을 직접 받았다는 특활비 사건은 정치보복 프레임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변호사가 정식으로 선임된다면 재판보이콧이 ‘정치적 퍼포먼스’였다는 것을 입증하게 되는 꼴”이라면서 “정치보복 주장이 안 돼 변호사를 선임해 다시 대응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나 전 회장은 유 변호사에 대해서도 “기존 사건에서도 법률적으로 다툴 쟁점들이 분명히 있었다”면서 “그런 피고인을 놔두고 ‘더 해봐야 소용없다’는 식으로 사임하더니 다른 혐의로 기소되자 다시 변호하겠다는 것은 변호인으로서 전략 부재고 자격 또한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유 변호사는 변호인이 아닌 정치적 대변인이 돼 버렸다”면서 “전직 대통령 주변에 저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만 있는가”라며 한탄하기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전략 선회 배경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이 느끼는 위기감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제3자 뇌물제공죄 혐의에 비해 뇌물수수 혐의가 단순·명쾌하고, ‘정치보복’ 여론전 프레임도 통째로 흔들리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매월 5000만∼2억원씩 총 35억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국고등손실), 2016년 6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업무상횡령)를 받는다.

 

범죄액수만 총 36억5000만원에 달한다. 특정범죄가중법상 1억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한 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또 유죄가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자택을 팔아 얻은 68억원을 비롯해 보유 중인 자산이 추징될 수 있다.


검찰은 특활비 상납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을 확인했고, 관련자들의 증언과 증거물까지 확보했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재산에 대해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하며 재산동결에 나섰다. 

 

추징보전은 범죄로 얻은 불법 재산에 대한 추징재판을 집행할 수 없게 될 염려가 있거나 집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될때 이뤄진다. 법원이 추징보전명령 청구를 받아들이면 박 전 대통령의 자산의 양도나 매매 등 일체의 처분행위가 불가능해진다.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수 사건은 남재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에 배당된 상태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과 접견을 가진 뒤 서울구치소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으나 이날 12시 기준 법원에 정식 접수된 변호사 선임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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