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신 “미국, 북핵 도발 등으로 한·미FTA 개정협상 요구 완화할 듯”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이 5일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FTA 개정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4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미FTA(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 제1차 개정협상을 하루 앞두고 미국의 개정 요구 수위가 당초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현지에서는 개정협상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날 선 입장이 최근 북한의 핵 도발 등 한반도 정세로 다소 누그러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미FTA 제1차 개정협상이 오는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다. 협상단은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이, 미국측은 마이클 비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수석대표로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모욕적 발언을 주고받는 가운데 한·미FTA 개정협상을 빠르게 매듭지으려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개정협상에 대한 노력은 북한의 핵개발 등 때문에 완화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을 겨냥해 “내 책상 위에 핵 버튼이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북한보다)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 버튼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며 대응한 바 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개정에 대한 큰 요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트로이 스탠가론 워싱턴 한국경제 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측은 협정에 대해 개정 범위를 협소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패스트트랙(fast-track)에 대한 미 의회 승인을 요구하지 않고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개정협상과 관련해 미 의회에 패스트트랙에 대한 대통령 권한을 요청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스트트랙 권한을 사용하면 해당 협정을 광범위하게 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반면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해 다르게 해석한다. 북한이 강경하게 대응할수록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기존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은 적어진다는 분석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북한문제로 인해 미국은 안보와 통상이라는 두 카드를 쥐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 핵도발이 심화될수록 한국은 미국의 도움이 절실해진다.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철회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한·미 FTA 협상 때마다 한국은 미국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남북평화를 위한 방책”이라며 “남북관계가 개선될수록 미국은 협정에 대해 급진적이며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 없게될 것”이라고 전했다.

◇협상 테이블 쟁점은 ‘자동차 관세’ 

한편 협상 핵심 쟁점은 미국 무역 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자동차 분야에 대한 관세 논의가 주를 이을 것으로 예상했다.

스탠가론 연구원은 “협상에서 가장 중점으로 논의될 쟁점은 자동차 산업 교역”이라며 “미국은 (2012년 협정 체결 후) 한국과 교역으로 인해 188억달러 무역적자를 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익 균형을 맞출 새 협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원목 교수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자동차 조항에 대해 새로운 조항 신설을 요구할 수 있다”며 “미국은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 배출가스 기준을 당국 수준으로 완화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한국에 자동차를 더 쉽게 수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산업부도 지난해 12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보고한 ‘한미 FTA 개정협상 추진계획’을 통해 미국측이 자동차 분야의 비관세 장벽 해소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FTA 발효 직전인 2011년 86억3000만달러(약 9조1737억원)에서 2015년 154억9000만달러(약 16조4659억원)로 80%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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