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장 전기로 폭발사고 놓고 “수작업 지시해 근로자 위험 노출” 주장…작업표준도 전달 안 돼

연이은 현대제철의 안전사고에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작업 현장을 확인한 노조 관계자들은 작업표준조차 불분명한 작업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슬래브를 생산중인 현대제철 당진공장 전기로. / 사진=현대제철
연이은 터지고 있는 현대제철의 안전사고에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작업 현장을 확인한 노조 관계자들은 작업표준조차 불분명한 작업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달 29일 오후 5시께 포항공장에서 발생한 전기로 폭발 사고에서는 관련 작업의 작업표준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사고 발생 후 3시간 만에 가동을 재개한 후에도,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폭발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측은 전기로 가동시 소규모 폭발 사고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 전기로에서는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철스크랩을 함께 집어넣어서 전극봉을 통해 1700℃ 이상의 열을 가해 녹이는 작업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철스크랩의 두께나 길이 표면내 수분 함유량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절단면에 수분이나 이물질이 포함된 경우 폭발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 측에서는 폭발이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관련 작업에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점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폭발이 빈번한 작업에 수작업을 지시해 근로자들을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노조 관계자는 ​다른 제철소에서 어떻게 작업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전기로에서 폭발이 빈번한지 아닌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폭발 사고의 근본 원인은 뚜껑을 닫지 않고 사람이 접근해 작업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 직후 회사에서는 해당 작업에서 마그네틱(자석)을 활용한 기계로 작업하고 수작업은 하지 않는 것으로 노조와 합의했는데, 그 장비는 사고 전에도 있었다​며 폭발이 빈번하다면 처음부터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작업했어야 맞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발생했던 작업에 안전작업 표준지침이 존재하는지도 불분명하다. 해당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 근로자에 따르면 전기로 청소 지침은 전달받은 적이 있어도 안전작업 표준지침은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고철을 밀어넣는 과정에서는 사람이 밀어넣는 경우가 있고 기계가 작업하는 경우가 있는데 작업 매뉴얼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안전작업 표준지침은 확인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현대제철 근로자 일각에서는 회사 측의 무리한 작업 진행도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보고 있다. 해당 작업 당시 근로자가 찍은 동영상을 보면 뚜껑이 안 닫힐 정도로 많은 철스크랩을 집어넣었다는 점이 확인된다. 이 때문에 사고를 당한 근로자는 직접 들어가서 스크랩을 빼내는 작업을 담당해야 했고, 전기로 안을 들여다 보기 위해 얼굴을 넣는 순간 폭발로 상해를 입었다. 

사고가 발생했던 작업에서 또다시 폭발이 일어난 점은 사고 상황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해당 작업 현장을 지켜본 또 다른 작업자에 따르면 사고후 3시간여 만에 이번에는 슬러지로 인한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작업 현장 인근에 작업자가 없었기 때문에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근로자들은 이번 일로 작업 환경에서 안전이 우선되는 근본적인 개선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당 사고가 발생하기 보름 전에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28세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작업 역시 안전작업 표준지침이 무시됐다는 지적이다. 당시 현대제철은 사망사고시 전면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하고 사후 조사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9년 동경제철 오카야마 공장에서 전기로 폭발 사고가 발생하는 등 비슷한 사고는 과거에도 있었다​며 다만 그 때보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안전 장비가 발전했고 중소기업 정도만 되도 안전 지침을 준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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