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방식으로는 생존 못해" 절박감 반영…핀테크 무장한 경쟁업체 압도할 디지털 경쟁력 확보 총력

 

카드사들은 ‘디지털 혁신’을 외치며, 각자만의 방식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 이미지=시사저널e

카드사들이 악화되는 경영환경으로 고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런 상황이 더 심화됨으로써 힘든 시간을 보냈다. 문제는이런 환경이 나아지기는 커녕 올해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핀테크로 무장한 경쟁업체들의 등장,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지난해보다 더한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는 카드사들은 저마다 ‘디지털 혁신’을 외치며, 생존을 위해 서로 차별화된 방식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 수장들은 올해 신년사 및 취임사에서 일제히 디지털 혁신을 외치고 나섰다. 더 이상 기존 수익 모델로는 향후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는 최근 디지털 기업 변신을 위해, 젊고 혁신적인 인재를 대거 발탁, 미래 지향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플랫폼 사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를 실시했다. 이를 위해 1~2년차 초년 부장의 과감한 본부장 승진과 더불어 70년대생 중심으로 젊고 혁신적인 인재 24명을 부서장으로 대거 발탁하는 한편, 디지털 관련부서를 플랫폼 사업그룹으로 통합하고, 업계 최초로 로봇 자동화조직인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도 신설했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디지털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롯데카드는 앞으로 디지털 금융사로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취임한 우리카드, KB국민카드의 신임 사장들도 취임사를 통해 디지털 혁신을 강조했다.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디지털 프로세싱 혁신을 강조했으며,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지급결제 시장의 선두주자이자 디지털 마케팅 회사로 변화하는 전기 마련을 위해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며 끈질기게 실행하는 조직 구축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본업 경쟁력 강화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KB금융그룹의 성장에 선도적 역할 수행을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카드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그동안 지켜온 사업방식으로는 더이상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이다.지난해 3분기 주요 신용카드사들의 실적은 전년보다 대부분 악화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부터 영세·중소가맹점이 확대되면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탓이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4개 은행계 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32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3분기 3856억원 대비 15%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지난해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받은 것은 지난해 8월부터 수수료율 0.8%가 적용되는 영세가맹점 기준이 ‘연간 매출액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1.3%를 적용받는 중소가맹점 기준이 ‘연간 매출액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로인해 가맹점 46만여 곳이 영세·중소가맹점으로 새로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연간 3500억원 내외의 카드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더 인하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영세·중소가맹점에 적용되는 우대수수료율의 추가 인하를 유도하기로 결정했다.

조달금리가 인상되고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는 것도 카드사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그동안 카드론 대출을 통해 많은 수익을 얻어 왔다. 문제는 최근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조달금리가 함께 인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정부는 올해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연 27.9%에서 연 24%로 낮추기로 했다. 조달 비용은 증가하는데, 빌려줌으로써 얻는 수익은 감소하게 되는 셈이다.

카드업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핀테크로 무장한 경쟁업체들의 등장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업체들은 간편 결제 시장에 진출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이미 가입자 2400만명을 유치하며,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2200만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지난해 등장한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카드업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중간 수수료를 없애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인 ‘앱투앱(app-to-app)’ 서비스 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난국 타개를 위해 카드사들이 꺼내든 디지털 혁신을 두고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은행·카드 등 금융업계는 가장 변화가 느린 보수적인 집단으로 분류된다”며 “전체적인 회사 분위기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디지털 혁신만을 외친다고 해서 조직이 빠르게 움직이는 IT업체들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한 이후 금융업계에서는 IT업체 인재들을 빠르게 영입하려 했다. 그러나 대다수 IT 전문가들이 업무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금융업계로의 이직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까지 단행되면 카드업체들의 적자는 불가피하다”며 “이제 새로운 수익원 발굴은 생존과 직결된다. 카드업체들도 디지털 혁신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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