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용 협회장 “남북회담 후 방북 의사 낼 것”…전문가 “당장 재개 가능성 낮으나 평화 기여”
남북의 판문점 연락 채널이 2년여만에 재개되면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공단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남북 고위급 회담이 이뤄진 후 방북 신청을 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4일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남북 연락 채널이 가동되고 북한이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개성공단 임금이 대량살상무기 전용에 대한 구체적 근거 없이 박근혜 정부에 의해 일방적 지시로 폐쇄됐다며 공단 재개의 정당성을 밝혔다.
신 협회장은 방북 의사 개진에 대해 “우리 정부가 남북 고위급 회담을 9일로 제시했다. 통일부에 방북 의사를 개진하는 것은 9일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신 협회장은 “아직 남북 고위급 회담이 논의되지 않았다”며 “또 남북이 우선 평창 올림픽에 의제를 집중할 것으로 보이기에 지금 당장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관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입주자들이 남북 화해 무드 속에서도 불안한 기색을 모두 걷지 못하는 국제 정세가 반영된 탓이다. 실제 개성공단 재개가 즉각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를 공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단 베이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 행동 변화를 보일 때까지 개성공단을 재개해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개성공단 재개가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중단에 기여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기획운영분과위원장(SJ테크 대표)은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개성공단 임금이 대량살상 무기에 전용됐다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들의 오해도 풀렸다”며 “현재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국면에 있지만 정부가 혁신위 발표를 근거로 국제사회와 협의를 통해 공단을 재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전임연구원은 “객관적으로는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으로 당장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힘만으로 풀기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개성공단 재가동이 개성에 사는 북한 주민을 통해 북한 사회가 스스로 변화하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로 연구원은 “개성공단은 큰 틀에서 한반도의 평화 유지와 관리에 큰 역할을 한다. 향후 한반도 통일 준비를 위해서도 개성공단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지도력을 발휘해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 후 2년이 흐른 기금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과 노동자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5년 개성공단에 입주해 치아기공품과 광통신 소재부품을 생산한 이재철 제씨콤 대표는 “공단이 폐쇄된 후 중국에 있던 공장에서만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공단 중단 후 생산량이 50% 이상 줄었다”며 “어쩔 수 없이 직원들 상당수를 회사에서 내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실 개성공단이 다시 재개되더라도 언제 또 중단될지 불안하다. 그러나 공단이 재개돼야 남북관계도 개선되고 입주 기업인들도 말 통하는 북한 노동자와 일할 수 있어 좋다”며 “공단이 재개되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단 중단 전까지 북측 노동자 1000명을 직원으로 뒀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입주 기업 피해액은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전체 입주기업 123곳 중 49개 기업은 개성공장 생산량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