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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의 ‘反삼성 동맹’ 늘리기…통할까
  • 고재석 기자(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8.01.0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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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패널산업 악화에 OLED 돌파구 시급…OLED TV 동맹 확대, 애플과 맞손도 눈길
지난해 10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OLED Day'행사에 참석한 글로벌 TV업체 및 업계 전문가들. / 사진=LG디스플레이

연말연초 LG디스플레이의 하루하루는 분주하다. 회사의 명운을 가를 일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LG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중국 광저우 공장 건설계획을 승인했다. 조건부 딱지가 붙었지만 자칫 최악의 결과 도출 가능성까지 있었던 걸 고려하면 기사회생이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 한 걸까. LG디스플레이는 새해 첫날에 88인치 8K OLED 디스플레이 개발 소식까지 전격적으로 알렸다.

사실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실적전선에는 구름이 잔뜩 껴 있다. LG디스플레이가 그간 강세를 보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계속 내려앉고 있기 때문이다. LCD TV 시장의 완연한 감소세 탓이다. 중국 업체들이 생산설비를 가동해 생산량을 늘린 점도 가격을 주저앉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CD 패널산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기에 접어들어 LG디스플레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면서 “10월과 11월 2개월 간 LCD 패널 가격이 10% 이상 하락했다. 패널가격 비수기인 2018년 1분기까지 실적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돌파할 카드가 바로 TV용 OLED 패널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는 올해 OLED TV 출하대수가 지난해보다 72% 급증하리라 내다보고 있다. 이 수요를 따라가려면 LG디스플레이 생산량도 늘어야 한다. 광저우에 짓는 TV용 OLED 패널 공장설립이 절박했던 이유다. 광저우 당국의 대대적 투자도 포기하기 어려웠다. 올해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생산량은 300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광저우 공장이 완공되는 2019년에는 OLED 패널 생산량이 두 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 자세히 뜯어보면 이는 반(反)삼성전자 동맹 늘리기라는 목적과도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가 견인하고 있는 QLED(퀀텀닷 발광다이오드) TV 진영에 맞설 동맹을 늘리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QLED는 LCD를 기반으로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QLED와 OLED의 대립은 업계의 묵은 전선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신경전도 이목을 끌었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그룹 계열사인 LG전자의 존재가 든든하다. 지난해 LG전자 TV사업부 3분기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고인 9.9%에 달했다. 이는 삼성전자 TV사업부를 압도한 수치다. OLED TV의 상승세 덕분이다. 이에 더해 소니, 파나소닉, 필립스, 뱅앤올룹슨 등 OLED 동맹이 늘고 있다. 차세대 TV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LG디스플레이의 88인치 8K OLED. / 사진=LG디스플레이

늘어난 동맹군은 곧 LG디스플레이의 실적으로 연결된다. 지난해 처음 동맹에 합류한 소니는 북미에서 수량기준 9월 판매량이 직전 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유럽서는 필립스가 3분기에 2분기 대비 5.9배 급증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덕분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패널 판매량은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 월판매 20만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아직 OLED TV 점유율이 낮은 터라 반전카드가 필요하다. 이 와중에 등장한 게 LG디스플레이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3300만 화소 8K 88인치 OLED 디스플레이다. 이 제품은 FHD(1920×1080) 보다 16배, UHD(3840×2160) 보다 4배(7680×4320) 더 선명한 화소를 갖췄다. 그간 디스플레이업계 일각에서는 LCD와 비교해 OLED가 섬세한 화질을 구현하는 데 기술적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새 기술이 이를 불식시킨 셈이다. 당장 OLED TV 진영을 늘리는 데도 대형호재가 될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를 구매하겠다는 고객(TV세트업체)이 있으면 언제든 양산이 가능하다”면서 “8K시장이 개화하고 있어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고객들이 CES 2018에서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형 OLED 시장도 LG디스플레이가 담금질하고 있는 영토다. 지난해 애플이 처음으로 OLED 진영에 합류하는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 관련 수요가 늘고 있다. 이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LG디스플레이는 투자규모 10조원에 달하는 공장(P10)을 파주에 짓고 있다. 아직 LG디스플레이의 관련 시장 점유율은 2% 수준에 그친다.

이 시장서도 ‘반삼성전자 동맹’ 양상이 엿보인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에 관련 부품을 의존해온 애플은 LG디스플레이와의 접점을 늘리려 하고 있다. 물량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애플로서는 기술력이 보증된 LG디스플레이가 매력적인 대안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4월에는 구글이 LG디스플레이 OLED 생산라인 구축 자금으로 1조원을 투자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가 초기 생산수율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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