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조세회피 목적 인정 돼”…부당무신고 가산세 71억 일부 승소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22일 제주 서귀포시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PGA 투어(미국프로골프투어) 정규대회 '더 CJ컵 @나인브릿지 최종라운드 시상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세무당국으로부터 추징당한 1674억원이 부당하다며 조세소송을 냈지만 사실상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최근 이 회장이 제기한 1674억여원의 증여세등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가산세 일부인 71억원만 취소하라”고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해외 금융기관에 명의신탁한 주식의 실제 소유주로 증여세 납부의무가 있다”며 과세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증여세 부과처분 중 부당무신고 가산세 71억원에 대해서는 이를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이 회장은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5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국내외 발행 주식(이 사건 주식)을 해외 금융기관 명의로 취득했다.

국세청은 2013년 11월 이 회장이 이 사건 주식의 실제 소유자임에도 해외 금융기관 등에 명의신탁 했다며 옛 상증세법 상 ‘명의신탁재판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 납세의무가 있음에도 부당하게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여세 및 가산세 합계 2081억원을 부과했다.

국세청은 또 이 회장이 명의신탁한 이 사건 주식 등을 양도해 양도소득이 발생했음에도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양도소득세 및 가산세 합계 426억원을 부과했다.

아울러 국세청은 이 회장이 배당소득과 근로소득에 대해서도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종합소득세 및 가산세 합계 107억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이 회장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고, 조세심판원은 이 중 940억원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조세심판원의 결정 이후 이 회장은 남은 1674억원도 취소해달라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 회장을 이 사건 주식의 실제 소유자로 보아야 하는지 ▲이 회장이 실제소유자라면 이 회장과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 내지 의사합치가 있었는지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었는지 등 3가지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SPC는 이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립됐고, 주식을 취득·매도하는 형태로 이 회장의 재산을 보유·관리하고 있었을 뿐 별다른 사업실적이 없었다”면서 “회사로서의 인적 조직이나 물적 시설이 없어 독자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거나 사업목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이 회장을 실제 소유자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 주식의 취득자금이 모두 이 회장의 개인자금이고, SPC명의 계좌에 입금된 돈은 이 회장의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기 위해 출금됐다”고 지적했다.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 내지 의사합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 회장의 의사에 따라 각 SPC가 이 사건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그 취득과 처분 모두 이 회장의 의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면서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주식의 실소유자인 이 회장과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의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 또는 의사소통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조세회피의 목적에 대해서도 “이 회장이 SPC 명의로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후 배당금을 받거나 일부 주식을 양도했음에도 배당소득과 양도소득의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아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를 회피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조세회피 목적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부당무신고 가산세 부분에 대해서만 “이 회장이 조세회피 목적을 넘어서 명의신탁한 사실을 적극 은폐해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무신고 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주식의 귀속주체를 은닉하기 위해 출자 구조를 다단계화 하거나 귀속주체의 국적을 변경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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