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영화계]② 옥자·범죄도시…충무로 흔든 슈퍼마이너
  • 고재석 기자(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7.12.2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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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메가박스 플러스엠·키위미디어 흥행 가도…2년차 징크스 깨기가 관건
영화 범죄도시의 한 장면.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정유년 영화계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슈퍼마이너의 반란’이다. 마이너라는 단어 때문에 빚어질 오해부터 먼저 풀자. 이들을 두고 ‘돈도, 든든한 뒷배경도 없는’ 기업들이라 칭하기는 어렵다. 영화는 리스크(risk)가 큰 비즈니스다. 무작정 뛰어들기 어렵다. 올 한해 영화계를 달군 마이너들은 나름의 캐시카우(cash cow)를 갖추고 있는 업체들이다. 그래서 굳이 표현하자면 슈퍼마이너랄까.

그간 국내 영화산업계는 투자배급 빅4(CJ E&M, 쇼박스, NEW, 롯데엔터테인먼트)와 극장 빅3(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구도가 지속돼 왔다. 두 분야서 1위는 공히 CJ다. 영화계서는 수년 간 체면을 구겼지만 롯데는 재계5위의 대기업이다. 쇼박스는 오리온그룹 계열의 회사다. NEW가 ‘인디펜던트’(Independent)지만 어느덧 사업영역을 다각도로 확장 중이다.

글로벌 OTT(Over the Top) 넷플릭스는 지난 6월 29일 봉준호 감독 작품 ‘옥자’로 국내 극장가에 상륙했다. 첫날 관객수는 2만3106명이었다. 초라한 숫자 같지만 뜯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옥자가 확보한 스크린이 겨우 94개였기 때문이다. 옥자는 주요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 개봉이 불발된 탓에 모두 단관극장이나 예술전용 영화관에 걸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옥자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최종관객 스코어는 32만2000명이다. 이를 두고 ‘실패’라 지칭하는 영화계 인사는 없다. ‘스트리밍 서비스vs극장’이라는 구도를 구축하면서 여론의 화살이 되레 멀티플렉스 3사로 쏠렸기 때문이다. 극장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로서는 국내서 (극장3사와) 대립각을 세운 것만으로도 큰 홍보효과를 거뒀다. 소리 없이 웃고 있었을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687만 관객을 동원해 정유년 영화계 최대 화제작이 된 ‘범죄도시’는 키위미디어그룹이 내놓은 첫 메인투자, 배급작이다. 그간 가수 이효리 소속사로 더 유명했던 키위미디어는 지난해 영화사업부를 전격 출범시켰다. 국내 대표적 단일 제작자 중 한 명인 장원석 PD가 영화사업부 사장을 맡아 이목을 끌었다.

키위미디어는 영화 총제작비 70억(순제작비 50억, P&A 20억) 중 총 37억5000만원(키위미디어그룹 27억5000만원, 키위컴퍼니 1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영화시장서 메인투자사들은 대략 30% 안팎의 제작비를 투자하는 게 관례다. 키위미디어의 투자의지가 돋보였다는 뜻이다.

결과론이지만 손익분기점(BEP)을 3배 이상 훌쩍 웃돌면서 전략은 적중했다. 키위미디어의 차기작 ‘기억의 밤’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총제작비 80억원이 쓰였음에도 최종 38만 관객에 그친 ‘대장 김창수’가 아쉬웠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57억원이던 키위미디어의 매출액도 올해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박열의 한 장면. /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호시탐탐 업계 4강을 겨누고 있는 투자배급사 플러스엠도 올해 돋보이는 한 해를 보냈다. 플러스엠은 멀티플렉스 3위 업체인 메가박스의 자회사다. 플러스엠이 6월 28일 내놓은 영화 ‘박열’은 최종 236만 관객을 모았다. 박열의 순제작비는 26억원이고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한 총제작비는 40억원 안팎이다. 손익분기점(BEP)을 훌쩍 웃돈 셈이다.

11월에 내놓은 마동석, 이동휘, 이하늬 주연의 영화 ‘부라더’도 최종 150만 관객을 모아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또 연초에 수입해 국내에 배급한 일본영화 ‘너의 이름은’은 역대 애니메이션 관객순위 1위에 올랐다. 플러스엠은 키위미디어의 ‘범죄도시’에도 배급대행으로 참여해 수익을 늘리기도 했다.

관건은 내년이 될 거라는 게 영화계 안팎의 중론이다. ‘2년차 징크스’ 깨기 여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각각 ‘곡성’과 ‘밀정’으로 한국 투자배급판도에 균열을 낸 20세기폭스코리아와 워너브러더스코리아도 올해 체면을 구겼다. 이목은 공히 빅5 진입을 노리는 플러스엠과 키위미디어로 쏠린다.

플러스엠은 김태리와 류준열이 나선 ‘리틀포레스트’와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 ‘변산’을 내놓는다. 또 조승우와 지성, 문채원 등이 주연을 맡은 ‘명당’도 관심작이다. 키위미디어는 새해에 5편의 영화를 내놓을 계획이다.

고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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