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프랜차이즈업계 최저임금 대책 마련 분주… 매장 곳곳에 무인기계 늘어

2018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오르면서 유통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24시간 운영하는 업종 특성상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편의점 가맹점주가 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타격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겠다는 점주들 목소리가 나오는데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결제 해주는 무인편의점도 등장하며 유통업계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실제 유통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올해의 가장 큰 이슈로 여기고 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유통전문지인 리테일매거진이 유통 및 제조업계 종사자 257명을 대상으로 내년도 유통업계가 주목해야 할 핵심 이슈를 묻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 수익 악화(24.2%)’가 1위로 꼽혔다.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여파에 대해서는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대답이 28.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인건비 상승분에 맞춰 상품 원가를 상승할 것(26.3%) △​편의점 가맹점주 등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19.5%) △​유통 매장의 판촉사원이 감소할 것(16.9%) △​시간제 근로자의 충성도가 높아질 것(5.1%) △​기업 경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3.4%) 순이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월 소정근로시간인 209시간(주당 유급주휴 8시간 포함) 일한 근로자는 157만3770원의 월급을 받게 된다. 동일 조건을 올해 최저임금(6570원)에 적용한 월급은 137만3130원이다. 최저임금 월급 근로자가 같은 시간 근무했다고 가정할 때, 올해보다 내년에 20만원 가량 더 받게 되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편의점에 아르바이트 직원 채용공고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 “최저임금 오르면 알바생 고용 줄 것”… 무인 결제기도 속속 등장

27일 기자와 만난 편의점 점주 역시 당장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었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편의점을 운영 중이라는 점주 A씨는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확 오르게 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미 아내와 함께 근무를 서고 있고, 아르바이트생 4명을 고용 중인데 이마저도 줄여야 할 판”이라면서 “(최저임금을) 차근차근 올리는 데 누가 반대하겠나.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올려버리면 피해입는 건 결국 힘없는 자영업자들”이라고 토로했다.

A씨가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은 15평 남짓의 중소규모다. 주말에는 아르바이트생 2명이 근무하고, 평일에는 아르바이트생 2명에 점주인 본인과 아내가 번갈아 근무를 선다. 한 달 동안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해 손에 쥐는 돈은 250만원에서 300만원 수준이다. 본사에 내는 가맹비와 임대료, 인건비까지 제하고 나면 사실상 ‘투잡’을 뛰어야 한다는 게 A씨 설명이다. A씨는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게 되면 점주와 심야 아르바이트생의 급여가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 안 그래도 근처에 편의점이 2군데나 새로 들어서는 통에 수익도 떨어지고 있다. 임대료도 매년 오르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생활이 안 될 것”이라면서 “아르바이트생들과도 정 들어서 당장 그만 나오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편의점만 힘든 게 아니다. 서빙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프랜차이즈 업계도 최저임금 인상의 불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로부터 제품 가격이 정해져서 내려오는 탓에 인건비 상승분을 상품 가격에 반영할 수도 없어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B씨 역시 임금 인상으로 인한 운영상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B씨는 “(프랜차이즈 매장은)인건비가 오르면 사장 재량으로 음식값도 올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어차피 본사가 정한 그 가격 그대로 팔아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렇다고 정부나 본사에서 가맹점주를 위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은 것도 아니지 않나”고 주장했다.

인건비가 오르면서 사람 대신 기계가 결제해주는 무인결제기를 도입한 매장도 점차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각각 지난 5월과 6월부터 무인편의점을 운영 중이고, CU(씨유)는 최근 모바일 기반의 셀프 결제 앱 ‘CU Buy-Self(씨유 바이 셀프)’를 도입했다. 이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상품 스캔부터 결제까지 전 과정을 소비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매장 역시 무인결제기를 도입했다. ​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 같은 무인화 바람이 인건비 상승과 만나 향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앱으로 미리 결제를 하거나, 매장에 무인결제기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게 되면, 이 같은 상황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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