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닌 인재로 인한 안전사고…더이상 없어야

2014년 10월17일(16명 사망·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2015년 9월5일(15명 사망·돌고래호 전복), 2016년 6월1일(4명 사망·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붕괴), 2017년 11월2일(3명 사망·창원터널 화물차 폭발), 2017년 12월3일(15명 사망·인천 낚싯배 전복), 2017년 12월9일(3명 사망·용인 물류센터 사고)

2014년 4월16일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인재(人災)들이다. 이 외에도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 국민들의 숨통을 옥죄여왔다.

인재는 자연적 요인이나 우연 등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재난을 가르킨다. 안전 관리 부실에 따른 총체적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즉 평소 안전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인명피해를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사고인 것이다.  

 


2017년은 특히 인재가 많았다. 몸 속 곪아있던 지병들이 한꺼번에 터지듯 올해 전국 각지에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새해를 열흘 남짓 앞둔 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정점을 찍었다. 이 사고로 29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이번 화재로 29명 목숨을 앗아갈 만한 사고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6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제천소방서의 소방인력과 장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천소방서가 보유하는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차는 각각 1대 뿐이었으며 13만6000여명에 이르는 제천시 인구를 총 30명이 3교대로 돌리는 실정이었다.

구조요원도 12명 뿐이었다. 이번 화재 때도 근무 구조요원 4명이 모두 고드름 제거 작업에 투입돼있던 탓에 신고 20여분이 지나고서야 화재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장비 및 인력 부족은 제천소방서 문제만이 아니었다.

전국 자치단체 226곳 중 32곳에는 소방서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서가 없는 지자체 중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도 11곳이나 포함됐다. 제천 인근인 단양소방서 경우 4인승 펌프차에 2명만 출동하는 경우가 허다했으며 소방차를 사용하지 못 하는 상황도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아침에 29명이나 하늘로 보내지 않을 수 있었다. 특히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는 건물불법증축, 용도변경, 방화구역 없는 필로티(pilotis)구조를 허용하는 현행법, 구조 골든타임 놓친 소방당국 등이 빚어낸 총체적 부실의 결과물로 사전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사고였다.

이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깨진 독을 손바닥으로 막아내듯 후속대책을 마구잡이로 쏟아내왔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안전사고 예방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허울뿐인 정책이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2년여 전 발생한 의정부 도심형 생활주택 화재 사고와 판박이다. 의정부 화재 건물도 1층이 주차장이며 계단이 가운데를 관통하는 필로티 주택이라 불길과 연기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 화재로 13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만약 정부가 2년전 의정부 화재 원인을 원천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였다면 이번 제천 참사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정부에 대한 마지막 경고가 될 수 있기 바란다. 전 국민이 함께 눈물을 흘렸던 세월호 교훈을 이번 기회로 다시 한 번 각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병은 숨긴다고 덮어지지 않는다. 문제가 있으면 원인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 도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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