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한중 관계로 면세점, ‘이익 없는 성장’…동남아 등 ‘포스트 차이나’ 시장 개척에도 힘 실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보복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긴 지난 8월 초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무척 한산한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올 한 해 유통업계는 전에 없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지난 3월부터 ‘금한령(禁韓令·한국 단체관광상품 판매 금지)’이라는 이름으로 본격화하자 대형마트, 면세점, 화장품업계, 식품업계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유통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다만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중 간 사드 합의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등 분위기 변화로 내년도에는 국내 유통가 큰 손인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당장 이전처럼 유커 방한이 늘지는 않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당장 내년 봄부터 사드 갈등 해결의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동남아 등 중국 외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 면세점·로드숍·​마트 등 줄줄이 사드 타격… ‘차이나 리스크’ 줄이기 집중 


금한령 이전, 국내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 비율은 70%에 달했다. 특히 시내면세점의 경우에는 이 비중이 80%까지 올라간다. 제주공항 면세점의 경우에는 입국자의 90%가 중국인일 정도로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이렇듯 중국인 관광객 수가 곧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이어지는 탓에, 국내 면세점 업계는 썰물 빠지듯 사라져버린 유커의 빈자리에 뼈 아픈 한 해를 보내야 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외형은 성장했지만 실속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한 것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1억1859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2.2% 증가했다.  그나마 매출이 늘어난 이유는 한 번에 많은 양을 구매하는 따이공(보따리상) 덕이었다. 하지만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한 송객수수료와 각종 할인혜택도 덩달아 늘어 면세점 업체의 수익성은 오히려 줄었다. 마진 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업계 1위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2326억에서 올해 74억원으로 무려 96.8%나 급감했다. 지난 2분기 호텔신라의 면세점사업의 경우에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기도 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오는 2019년 4월까지 운영권이 보장된 제주공항 면세사업권을 조기에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유커가 줄자 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 요청을 했지만 거절되자 운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사업을 접은 것이다.

유난히 중국인으로 붐볐던 명동거리가 한산해지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은 로드숍 등 화장품 업계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유명 로드숍 브랜드를 갖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 3분기 누적 매출(4조6870억원)과 영업이익(6412억원)이 각각 전년대비 8.7%, 32.4% 줄었다. 이니스프리의 올 3분기 누계 영업익은 전년대비 41.4% 감소한 890억원을 기록했다. 에뛰드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75.7%나 감소한 76억원에 그쳤다.

중국 현지 점포 112개 중 74곳에 영업정지를 받은 롯데마트는 결국 중국 현지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매각 진행 중에 있다. 올 한 해 영업 정지 여파로 롯데마트가 입은 손실은 약 1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문 대통령의 방중으로 양국 관계가 점차 복원되는 등 내년도 초중순에는 유통업계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도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 현재로서는 가시적인 효과는 없지만, 내년 봄부터는 유커의 귀환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방문객 수가) 금한령 이전 수준까지 곧바로 회복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다양한 시장 개척을 통해 차이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포스트 차이나로 지목하는 곳은 동남아 지역이다. 

 

롯데그룹은 롯데마트의 해당지역 점포 수를 향후 늘려갈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동남아 최대 온라인 여행 전문 예약사이트 클룩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 하기도 했다. 신라면세점도 태국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국가에서의 입지를 키워가고 있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동남아에 집중하는 이유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급속한 경제 발전 속도와 미개발 지역이 많다는 점 등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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