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안법 1년 유예’ 개정안 연내 통과 미지수…해 넘기는 민생법안들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2017년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각종 민생 법안이 발목을 잡혔다는 지적이 거세다. 올해를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여야가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연장 문제를 놓고 ‘네탓 공방’만 이어가는 탓에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1월1일부터 의류·장신구 등 생활용품 39종에 적용되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 개정안 처리 불발에 대한 영세 소상공인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1년 유예 ’등을 담은 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지 못하면 600만명에 이르는 소상공인들이 당장 다음주부터 범법자로 내몰릴 수 있다.

전안법은 유아복이나 전기용품에 한정돼있던 국가통합인증마크(KC인증) 대상을 의류, 잡화 등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용품들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26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전안법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수도 21만명을 이르러 지난 24일 종료됐다. 해당 청원은 ‘한달 내 국민 추천 20만명 이상’ 요건을 충족하면서 여섯번째로 청와대 답변을 받게 된다.

‘전안법. 18살, 미성년자에게 정부가 직접 찍어주는 범죄자 낙인’ 제목의 해당 청원은 전안법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청원 작성자는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받는 게 KC인증 마크”라며 “검사 받을 제품들만 신경써서 만들면 된다. 검사 이후 문제가 되는 원료를 넣어도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문제가 생겨도 책임은 우리 몫”이라며 해당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KC인증 마크를 받은 ○○코리아의 유아용 에어매트는 발진·잔사·기침 유발을, ××가 만든 기저귀 안에서는 날카로운 쇳조각이 나와 논란된 바 있다”며 “KC마크를 달고있는 제품인데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없는 게 실정”이라며 덧붙였다.

전안법은 지난 1월28일 시행 예정이었으나 업계 종사자들의 거센 반대로 1년 유예된 바 있다. 전안법 개정안은 2015년12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해마다 이같이 유예돼왔다. 시행 유예기간 내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연내 전안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당장 내년부터 소규모 공방에서도 KC인증서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3년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전안법 이외에도 시간강사법, 임명동의안 등 밀린 숙제 수두룩

전안법 문제는 인터넷 쇼핑몰 옥션·지마켓 등이 KC인증서를 공개하지 않는 판매자의 입점을 금지한다고 공표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전안법 당초 목적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 방지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파동으로 국민 생활에 밀접한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크게 떠오르면서 ‘안전성 유지 확인을 위한 검사 종류는 줄이고 주기를 늘려 사업자의 영업활동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에게는 정보 제공을 늘리겠다는 취지에서 해당 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전안법이 현실을 무시한 ‘악법’이라고 지적한다. KC마크 인증 등을 받기 위한 비용이 소상공인들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다는 의견이다. KC인증서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면 장사를 접어야 한다는 영세 소상공인들이 다수다.

현행 전안법에 따르면 판매자는 종류·품목에 따라 제품 전체에 대해 KC인증을 받은 후 시험결과서를 보유해야 한다. 의류 제품 경우 옷 한 벌을 시험하기 위해 평균 7만원과 5일정도가 소요된다.

또 같은 디자인이라도 색깔이 다른 경우 색깔 별로 인증을 따로 받아야 한다. 구매대행 제품은 대행업자가 제품의 KC인증 유무를 사전에 확인해야 하며, 병행수입제품은 정식 수입업자가 KC인증을 받아도 병행사업자가 물품별로 다시 받아야 한다.

전안법 외에도 고등교육법 개정안(시간강사법) 등 올해 만료되는 일몰 민생법, 감사원장·대법원 임명동의안 등에 대해서도 연내 처리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23일 법정시한이었던 12월 임시국회 파행은 성탄절이 지난 26일에도 계속되고 있다. 개헌특위를 놓고 여야가 이견차를 좁히지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은 22일 예정된 본회의를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 또 우리(민주당)의 과감한 양보에 비해 지나치게 비타협적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전안법, 시간강사법 등 올해 안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안건이 여러 개 있다. 본회의를 빨리 열어야 한다”며 토로했다.

이에 같은날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권당이 야당을 배려하고 이해·설득하려는 모습은 손톱만치도 찾을 수 없었다”며 “6월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를 동시실시하는 문재인 개헌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 갈등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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