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 심화 속 현대차 ‘노노 갈등’ 파행…한국GM 내년 총파업 예고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 중 3개사가 노사 갈등으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과 임금협상이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19일 39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지난 22일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맏형인 현대차 노조의 잠정합의안 수용 반대로 기아자동차 임단협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GM 노조는 내년 초 총파업에 나선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등 3개사 노사가 사상 처음으로 올해 임단협과 임금협상을 연중 마무리하지 못하게 됐다. 올해 영업일이 단 4일밖에 남지 않은 데다 임단협 타결을 목전에 두고 파행을 맞은 현대차는 오는 29일 창사 기념 휴무까지 앞두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재도출하고 노조 찬반투표를 3일 내 완료해야 한다.

앞서 현대차 노사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찬반투표 참여 노조 조합원 2만2611명(50.24%)의 반대로 수용되지 못한 이면에는 낮은 수준의 기본급 인상 외에 현대차 노조 조합원 간 계파 갈등이 작용했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하부영 위원장과 그 반대 진영으로 양분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하 위원장은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 앞서 “부결 운동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내 3개 완성차 업체가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문제는 현대차 노사 임단협 교섭이 내년 1월 노조 대의원 선거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현대차 노조는 내년 1월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대의원은 노사 임단협 교섭에 참여하는 교섭위원을 말한다. 교섭위원이 바뀌면 노조 요구사항도 변하게 된다. 현대차 노조 현 집행부는 이날 중앙대책위원회를 열고 교섭과 관련한 향후 행보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파행으로 기아차도 위기를 맞았다. 통상 기아차 노사는 현대차 노사 임단협이 완료된 이후 현대차 노사 잠정합의안에서 소폭 하향 조정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왔지만, 기아차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만큼은 현대차와 임금 격차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기아차 노조는 기아차 사측이 낸 2차 제시안에 “동종사 눈치 보기”라고 질타했다.

기아차 사측은 지난 21일 열린 올해 임단협 23차 교섭에서 노조에 기본급 5만5000원 인상, 성과급과 격려금 300%+250만원 지급 등을 제시한 상태다. 이에 대해 기아차 노조는 교섭속보에 “현대차 눈치 보는 교섭 행태”라고 비난하며 기본 협상안 외에 상여금 통상임금 지급과 관련해 과거분은 법원 최종 판결에 맡기고 미래분은 임금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더 큰 문제는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는 한국GM 노사 임금협상이다. 사측은 GM(제너럴모터스) 본사 사업재편 등 불확실성이 커져 임금협상 제시안은 물론, 어떤 답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생존권 확보 투쟁을 선언하고 지회장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나아가 사측이 연내 합당한 제시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내년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카허 카젬 사장이 임금협상 교섭에 나선 19차 교섭부터 노조가 요구하는 제임스 김 전 한국GM 사장이 낸 제시안 수용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제임스 김 전 사장이 기본급 5만원 인상과 성과급 1050만원 지급을 내놓았던 지난 7월과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사측은 노조에 “시간을 달라”는 요청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편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노사갈등 지속은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인 만큼, 노사가 서로 양보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사 갈등으로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곧장 생산 차질과 적자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노조가 올해 들어 진행한 19차례 파업으로 이미 6만2600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 총 1조3100억원가량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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