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실적 이어가며 ‘승승장구’…총수 운명 걸린 법정 다툼으로 피로도 극에 달해

삼성 서초사옥에서 삼성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 사진=뉴스1

삼성전자는 올해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한 쪽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했지만, 다른 한 편에선 이재용 부회장과 검찰의 법리 싸움으로 전쟁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38조498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조199억원)의 거의 2배 수준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의 10배(3조7994억원), LG전자(2조1017억원)의 19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메모리 부문에서 경쟁자가 없다시피 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전 세계 수요를 빨아들였다. ‘없어서 못 판다’는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D램 부문에서 역대 최고인 62%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영업이익률이 너무 높아서 좋다 못해 되레 걱정이 된다”고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는 이미 2분기 영업이익과 매출 부문에서 각각 미국 애플과 인텔을 제치고 전 세계 1위 기업이 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처럼 남부러울 것 없는 한 해를 보낸 듯한 삼성전자지만 다른 어떤 기업보다 혹독하게 법정 다툼을 하기도 했다.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올 2월 17일부터 10달 동안 구속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와 법정을 오가며 검찰과 운명의 법정레이스를 달리고 있다. 재판 초기엔 검찰이 추가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서 이 부회장 측이 유리해지는 듯했다. 그러다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넣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으며 상황이 다시 검찰이 유리해졌다. .


결국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오는 27일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던 대법원까지 가야 승부가 날 것은 자명하다. 결국 이 부회장의 법정 다툼은 내년에도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 관련 재판은 계속해서 뒤바뀔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어 대법원 판결 만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상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는 전면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뤘다. 60대 원로들이 물러나고 50대 사장들이 약진했다. 특히 이 부회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상훈 사장과 정현호 사장이 각각 요직을 맡게 됨으로써 이 부회장 체제가 갖춰졌다는 평이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체제를 통해 내년에도 안정적인 호황을 누릴 수 있을 지에 대해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수 구속을 경험한 한 그룹사 관계자는 “지금은 삼성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향후 투자문제 등을 고려하면 어떤 식으로든 컨트롤타워의 교통 정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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