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물 설치공사중 크레인과 충돌…아이들 드나드는 사고 현장도 3시간 넘게 방치

 

 

지난 19일 위례신도시 우남역쪽 아파트 상가에서 구조물이 무너진 모습./ 사진=시민제보

충북 제천 화재 사고에서 안전불감증이 인명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건설현장에서도 안전에 대한 무감각이 사고를 빚는 일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위례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발생한 사고도 현장 관리자들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오전 6시쯤 우남역쪽 위례 푸르지오 아파트에서 상가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트 단지 입구와 상가가 연결되는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 아파트는 지난 10월 입주했다.


대우건설 측은 당시 “현장에서 조경공사(수목식재 설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시설물 설치 공사중 외주업체 인부들이 6t크레인을 운행하는 과정에서 상가 구조물과 충돌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체 관계자는 인부들이 언제 현장에 투입됐는지, 안전 수칙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파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당시 사고현장에는 작업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현장소장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사무실 관계자A씨는 “아파트 준공 이후 입주자들이 들어오면 현장 관리감독은 대우건설이 아닌 관리사무소에 책임이 있다”며 “대우건설 측에서는 관리감독 할 의무가 법적으로도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취재 결과, 관리사무소 역시 대우건설의 자회사인 푸르지오서비스(주)였던 것으로 밝혀져 관계자가 책임회피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결국 사고가 일어난 새벽 6시경부터 관계자가 상황을 인지한 오전 9시 30분까지 사건현장은 현장 통제는 물론이고 행인들의 접근을 제한하는 안전 표지판도 없이 방치됐다. 당시 무너진 구조물은 크레인 충격으로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고 바닥에는 산산조각난 타일들이 흩어져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A씨는 “출근길 어른들은 물론 학교 가는 아이들까지 무너진 구조물 잔해들을 피해 다녔다”며 당시의 위험한 상황을 설명했다. 목격자B씨 역시 “사고 잔해물이 사방에 깔리면서 인도에 발 디딜 틈도 없었다”라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현장 사무실 관계자가 상황 파악을 잘 못했던 것 같다”며 “이른 시간에 발생한 사건이라 경황이 없었고, 공사 마무리 단계라 이런 사고가 일어날 줄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앞으로 현장 안전수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정부는 하청업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원청, 발주자 등의 현장책임 규정을 강화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원청의 철저한 현장 관리감독을 강조한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안전 관리자를 배치하는 것이 필수”라며 “공사 주체자가 현장을 관리 감독하는 것은 이미 관행처럼 통용되고 있다”며 공사 현장 관리감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사고 역시 건설현장의 안전불감증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행히 이번 사고는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이런 허술한 안전의식으로는 언제든 대형 참사가 발생할 위험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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