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이완구 대법원서 무죄 ‘확정’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무죄를 확정받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환하게 웃으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홍 대표는 2011년 6월 중하순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당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1억 원을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사진=뉴스1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2일 무죄 판결을 확정받으면서,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박근혜 정권 핵심 실세 8명 전부 형사처벌을 피했다. 두 사건 모두 검찰의 입증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부실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날 오후 홍 대표와 이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홍 대표의 사건에서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에게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전 총리의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유죄인정에 필요한 공소사실의 증명 정도에 관한 형사소송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범죄사실의 입증 부족’을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사건 핵심 증거물이자 쟁점이었던 성 전 회장의 언론 인터뷰 진술, 성 전 회장이 작성한 메모(성완종 리스트)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대화 내용 녹음파일 등에서 나온 진술 중 이 전 총리와 관련된 진술 부분은 신빙성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판결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로써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지목한 박근혜 정권 핵심 실세 8명 중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게 됐다.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기소 당시부터 ‘부실 수사’ ‘하명 수사’ ‘물타기’ 등 각종 오명을 얻었다.

앞서 성 전 회장은 2015년 4월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사망한 성 전 회장의 상의 주머니에서는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원, 홍문종 2억원, 부산시장 2억원, 유정복 3억원, 홍준표 1억원, 이완구, 이병기’라고 적힌 메모지가 발견됐다. 당시 성환종리스트를 검찰에 고발한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시장을 서병수 현 시장으로 특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해 7월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리스트에 거명된 인물 중 홍 대표와 이 전 총리만 불구속 기소했고 나머지 6명은 사법처리 않기로 했다.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병기 전 비서실장,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에게는 ‘무혐의’ 처분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는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김 전 실장의 경우 2006년 9월, 롯데호텔 헬스클럽, 10만 달러 등 날짜와 장소 금액까지 특정됐지만 검찰은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수사팀 구성 후 82일 동안 검사·수사관 등 30여 명이 투입돼 벌인 수사치고는 초라한 성적표가 나오자 수사 부실을 주장하는 정치권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당시 정치권에선 ‘친박’ 정치인들은 무죄, ‘비박’ 정치인들은 유죄를 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검찰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사 가운데 홍 대표와 이 전 총리, 홍문종 의원 등 3명만 소환조사하고,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로 대체하면서 ‘면죄부’ 논란도 불거졌다.

특히 수사의 ‘본류’으로 지목된 2012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대선자금 전달 의혹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검찰이 수사 의지가 애당초 없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대선자금 수수 의혹을 받아온 홍문종 의원과 유정복 시장, 서병수 시장 등 3명에 대해서는 수사의 기본인 계좌추적도 안 해 논란은 가중됐다.

더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에 관여했다는 수사결과도 함께 발표되면서 ‘검찰이 물타기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도 정치권은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검찰 출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찰의 눈치보기 수사가 빚어낸 대표적인 참사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는 “죽음을 앞둔 사람의 충격적인 진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수사 착수를 미적거리고, 특히 의혹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사면 문제를 같은 평면에 놓고 ‘균형을 맞춘’ 조사를 하겠다고 주장했을 때부터 오늘의 결과는 예상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홍 대표에 대한 무죄 선고에 대해 수많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성완종 전 회장이 목숨과 바꾼 진실은 허공에 맴돌게 됐고 개인을 도구로 철저히 이용하고 버린 권력자들은 면죄부를 받게 됐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부실수사 논란을 빚었다. 오늘 같은 결과를 의도해 사건을 축소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 2015년 이 사건 특별수사팀 팀장을 맡았던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7월 “정말 최선을 다했다. 좌고우면한 게 전혀 없다”면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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