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유상증자 결정에 '밑 빠진 독 물 붓기' 지적…산은출신 낙하산 등 안이한 행태로는 악순환 되풀이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3000억원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시장에선 영업력 저하로 인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논란이 일고 있지만 사측은 내년부터 수익 회복이 가능하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산업은행이 KDB생명보험에 3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에 나서는 것에 대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선 KDB생명의 수익성이 근본적으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돈만 투입하는 미봉책으로는 경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쓴소리를 내고 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근본적인 경영쇄신노력은 뒷전인채 보험업에 전문성이 부족한 산은출신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사장 등 자리 챙기기에만 급급한 행태로는 외부 자금 수혈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KDB생명에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60.3%)와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24.7%)를 통해 KDB생명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에 관해 산업은행은 KDB생명이 보험사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하 RBC)이 하락해 정상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유상증자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보낸다.

KDB생명 RBC비율은 올해 9월 말 116.2% 수준까지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적정선은 150%다. 지난 2015년 말 178.5%에 달했던 지급여력비율은 작년 말 125.7%를 기록하면서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일단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KDB생명의 RBC비율이 160%로 상승하겠지만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할 경우 다시 15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들은 RBC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100%미만일 경우에는 경영개선권고, 50%미만일 경우에는 경영개선요구, 0%미만의 경우에는 경영개선명령 등 조치를 받는다.

KDB생명이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모면하지 못하고 있어 수익성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올해 들어 당기순손실은 3분기에 -207억원, 2분기 -104억원, 1분기 -226억원 등 적자경영이 개선되기는 커녕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다.

보험사 관계자는 "KDB생명이 고금리 저축성 상품 비중을 높이다보니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하면서 영업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2021년 시행되는 IFRS17 도입 등으로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경우 자산건전성도 낮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KDB생명은 산은 측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산은은 KDB생명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KDB생명은 지난 8월 말 임직원 235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의 자구 조치를 한 뒤 3000억원 증자가 이뤄졌다.

KDB생명은 경영 정상화와 추가 자구안을 실행하며 체력이 회복한다는 입장이다. 영업력도 회복되고 있어 내년부터는 순익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KDB생명 관계자는 "이번 증자 외에도 내년 상반기 추가 자본을 확보해 RBC비율을 200%로 높일 계획"이라며 "영업력이 약해졌다는 것에 근거가 없다. 지금도 영엽력은 오히려 안정화 되고 있는 등 실질적인 내실을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RBC 비율이 낮아지면서 마케팅 차원에 부정적인 요소가 생기는 등 수익 하락에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며 "지금은 보장성 판매 비율도 늘고 RBC비율도 높아지면서 영업력도 좋아졌다. 내년부터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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