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조사 대상, 사실관계 모두 틀려…진정인 인권위 상대 행정소송 승소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제19차 전원위원회에서 이성호 인권위원장이 회의 시작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국가인권위원회가 청각장애인이 낸 진정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행정소송에서 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청각장애인 A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 차별 진정 기각 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0월 현대캐피탈에 중고차 할부 대출 상담을 했으나 “규정이 바뀌어서 청각장애인 대출이 불가능하다”라는 답변을 듣고 “장애인 차별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장애인 대출 규정이 바뀐 게 아니라 A씨가 LPG차량 1대를 보유한 상황에서 또 다른 LPG차량을 구입하려해 대출이 거절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진정을 기각했다.

A씨는 인권위의 결정이 잘못됐다면서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인권위가 파악해야할 진정 대상이 잘못됐고, 인권위가 조사한 내용도 사실과 달랐다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A씨)의 진정 취지는 규정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청각 장애인에 대한 대출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고, 이는 청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했다는 것”이라면서 “피고(인권위)가 조사한 내용은 현대캐피탈이 원고의 대출 신청을 거절한 사유에 관한 것으로 상담원이 원고 주장과 같은 답변을 했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로서는 원고의 진정 내용에 나아가 그 진위 여부와 그것이 차별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했어야 한다”면서 “진정 내용에 대한 확인과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인권위가 조사한 내용도 사실관계가 달랐다.

법원 조사 결과 현대케피탈 직원은 A씨에게 “현재는 저희가 청각 장애인들분이 지점에 내방하셔도 대출이 안되는 걸로 변경이 되셨대요. 지금은 대출이 어렵습니다”고 답변했으며, 대출거절 사유도 ‘LPG차량 두 대 소유 문제’가 아닌 ‘개인 신용대출 신용 등급 기준 미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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