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원 "경영 승계 공정성·이사회 독립성 갖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사진=뉴스1
금융감독원이 지난 15일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검사한 결과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 등 지배구조에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경영유의를 통보했다. 하지만 외부 자문기관은 다른 평가를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금융지주 지배구조가 주주가치를 훼손하거나 이사회의 독립성을 저하할 만큼 나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시장에선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당국이 우려하는 만큼의 불공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 지주사의 지배구조에 대해 외부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하 CGS)이 지난 8월31일 올해 733개 상장회사의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 지배구조 등을 평가해 ESG등급을 부여한 결과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이 등급은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상장사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파악하고 투자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등급은 S등급부터 A+, A, B+, B, C, D등급 등 7등급으로 구분한다. B등급 이하 기업은 이사회 견제 시스템과 감사기구의 독립성이 비교적 미흡하고 주주권리 보호나 경영정보 공개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받은 기업이다.

CGS가 환경경영(E), 사회책임경영(S), 지배구조(G) 현황을 평가한 결과 KB금융과 하나금융은 ESG통합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통합평가에서 S등급을 받은 상장사는 없었다. A+부터 상장사들 평가가 이뤄진 만큼 다른 상장사와 비교해 두 금융지주사의 통합평가 등급이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배구조(G) 평가에서도 두 금융지주사는 53개 기업과 함께 A등급을 받았다. 대다수 상장사는 A등급 미만 등급을 받았다. B+는 155개, B등급은 349개, C등급은 156개 기업이 각각 속했다. 지배구조(G) 부문에서 취약 수준인 B등급 이하를 받은 기업은 전체의 71.1%에 달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해에는 이 평가에서 A+등급을 맞았다. 33개 상장사와 함께 상위권에 위치했다. 당시에도 S등급을 받은 기업은 없었다. 두 지주사의 지배구조 평가가 최상위 등급을 받은 셈이다.

지배구조평가에서 A+등급과 A등급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제시한 체계를 충실히(A등급의 경우 '적절히') 갖추고 있으며, 지배구조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A+의 경우 '상당히')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사업본부장은 "A+등급과 A등급이 완전히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두 등급 모두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나타낸다"라며 "지배구조가 좋다는 것은 경영진이 주주 이익이나 기업 가치를 높이는 시스템을 갖춘 걸 말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본부장은 "한쪽 주주만을 위한 경영 승계를 하지 않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시스템을 갖출수록 좋은 등급을 부여받는다"며 "(KB금융과 하나금융 등) 일부 기업이 A+등급에서 A등급이 된 것은 지배구조가 나빠진 게 아니고 심층면접 도입 등 일부 평가 방식이 작년과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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