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영업적자 커밍아웃…후판가 현실화 지연, 비용 증가분 부담 확대 우려

삼성중공업발 어닝쇼크 우려감에 연말 조선 업종 빅배스 우려가 커지고 있다.전방 산업에 실적 부담감이 커질 경우 철강업계에도 부담감이 전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은 동국제강 후판생산 공장 / 사진=뉴스1

삼성중공업 발(發) 적자 예고에 연말 조선업종 ‘빅배스(부실채권 정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주산업인 조선 업종은 연말 손실을 한번에 털어내는 빅배스 부담이 상존한다. 전방 산업 실적이 악화될 경우, 철강업계에도 부담감이 전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 빅3로 꼽히는 삼성중공업의 적자 전망에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달초 공시를 통해 올해와 내년 사업실적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주 산업인 조선업종은 연말 실적 발표에 희비가 엇갈린다. 이전 분기 수익을 냈더라도 최종 인도 시점이 다가오면서 예상치 못한 손실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다. 더구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손실 인식을 미룰 경우 내년 연간 실적에 부담이 된다. 따라서 관련 부담을 한번에 털어내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빅배스’라 부른다. 

 

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삼성중공업까지 충격적인 실적을 발표할 경우 업계 전반에 우려감이 팽배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올해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던 곳이다. 공시를 통해 스스로 적자를 예고했다는 점도 업계에 불안감이 확산되는 이유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한 상선에서 충당금을 인식할 예정​이라며 저가 수주가 의심되는 MSC사의 컨테이너선 6척과 초대형 유조선(VLCC) 4척에서도 충당금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방산업 위기감 부각​철강업종 전이 될까 우려

 

철강업종도 한국 조선업의 부진 심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선업종은 철강 제품의 주요 수요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요 철강업체들은 후판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후판 가격 인상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고, 지난달에서야 하반기 공급분에 대해 톤당 5만원 인상에 합의했다. 그러나 철강업계에서는 여전히 판매가격이 원재료비 인상분을 감당하기에는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강업계에서는 조선업종 부진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가격 인상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부진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와도 올해 초 가격 협상에서 강판 가격을 톤당 9만~10만원가량 인상한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인상의 필요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불거진다. 

 

조선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이 심화될 경우 철강업계도 추가 인상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도 경기 둔화와 업종 부진에 따른 부담을 함께 짊어진다는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감내한 만큼 물러서기도 쉽지 않다.

 

◇삼성중공업 손실 규모·현대중공업 실적에 관심 집중

 

철강업계에서는 일단 조선업종의 또 다른 대형 업체인 현대중공업(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포함)의 실적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이 적자를 예고하면서 조선 업종에서 유일하게 기대를 모으고 있는 곳이다. 

 

현대중공업은 일단 올해와 내년 모두 실적 개선세가 예상되고 있다. 영국계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수주잔고는 지난 8월 최저치를 찍은후 9월 이후 반등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내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의 실적 기대감이 크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들어서만 지난 3분기까지 약 19억2300만달러(약 2조797억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기록 중이다. 연초 목표치인 16억달러보다 3억달러 가량 초과한 수준이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758.5%나 늘었다. 

 

내년 전망도 긍정적이다. 현대미포조선이 주도하고 있는 LPG선 시장에서 내년 발주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보이고 있어서다. 조선 업계에서 예상하는 내년 발주량은 초대형가스선(VLGC) 30척, 중형 LPG선 30척 등 60척 이상이다. 여기서 현대미포조선의 건조마진은 5%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용 후판 가격을 추가로 인상할 수 없다면 관련 비용 증가분의 철강사 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삼성중공업이 이미 공시를 통해 적자를 예고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실적 개선 기대감이 상당한 만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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