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수료 인하 등으로 환경 악화로 고전…스타트업과의 협업 통한 돌파구 모색도

카드업계가 수수료 인하 등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이에 카드업계는 해외진출, 디지털 혁신, 스타트업과의 협업 등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 이미지=시사저널e
올해 카드 업계는 카드수수료 인하와 국내 시장 포화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실적은 지난해에 비애 크게 악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드사들도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디지털 혁신, 해외 시장 진출, 스타트업과의 협업 등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수수료인하 등으로 실적 부진

올해 3분기 주요 신용카드사들은 실적이 지난해보다 대부분 악화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8월부터 영세·중소가맹점이 확대되면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탓이다.

주요 카드사들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4개 은행계 카드사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28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분기 3856억원 대비 15%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감소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올해 3분기 14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1774억원보다 15% 이상 감소한 수치다. 지난 2분기(2294억원)와 비교하면 순이익이 799억원이나 줄었다. 우리카드의 순이익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우리카드는 3분기 당기순이익 19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31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00억원 이상 줄어든 수치다.

KB국민카드의 순이익도 소폭 감소했다. KB국민카드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80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기록한 821억원보다 소폭 줄어든 수준이다. 하나카드의 경우 3분기 순이익 222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205억원 보다 10.8% 증가한 수치다. 다만 지난 2분기(250억원)와 비교하면 11.3% 감소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올해 3분기 실적 부진에 시달린 것은 지난 8월부터 수수료율 0.8%가 적용되는 영세가맹점 기준이 ‘연간 매출액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1.3%를 적용받는 중소가맹점 기준이 ‘연간 매출액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대상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이로인해 가맹점 46만여 곳이 영세·중소가맹점으로 새로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연간 3500억원 내외의 카드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부진했던 3분기 실적 발표 결과를 통해, 카드사들의 수익 감소가 현실화됐다고 말한다.

◆해외서 돌파구 찾는 카드사들

이러한 상황속에서 국내 카드사들은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러 수익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BC카드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만디리은행과 합작법인 ‘미트라 트란작시 인도네시아’를 설립했다. 올해는 인도의 지급결제기관인 NPCI와 상호 네트워크 제휴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NPCI는 인도 중앙은행이 2008년에 설립한 기관으로 자국 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거래와 카드 업무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인도는 경제성장률이 연 7%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카드보급률은 30% 미만에 그친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KB국민카드는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미국 ‘뱅크오브호프(Bank of Hope)’ 은행과 ‘미국 내 공동 사업 추진 등을 위한 전략적 업무 제휴’를 지난 6월 맺었다. 뱅크오브호프는 지난해 미국 1·2위 한인 은행인 ‘BBCN’과 ‘월셔은행’이 합병해 출범한 미국 내 최대 한인 은행으로 아시아계 은행 중 최초로 카드발급 면허를 취득한 바 있다.

KB국민카드는 미국에 이어 지난 8월 중국에도 진출했다. KB국민카드는 중국 금융그룹사 핑안그룹의 계열사인 이치엔빠오와 손을 잡고 포인트 상호교환프로그램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찾는 중국인관광객은 이치엔빠오의 포인트를 KB국민카드 포인트로 교환해 국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 ‘신한인도파이낸스’를 설립하고 지난 2월초 ‘신한 하이캐쉬 카드’를 출시했다. 국내 카드사 최초로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카드를 발급해 수익을 내는 모델이다. 신한카드는 인도네시아 최대 유통그룹인 살림그룹과 제휴해 카드 회원을 직접 모집하고 있다.

하나카드의 경우, 동남아나 미국이 아닌 아프리카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했다. 하나카드는 지난 7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현지 이동통신업체인 ‘탄자니아 보다콤’과 모바일머니 ‘M-PESA’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금융사 중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것은 하나카드가 처음이다.

◆ 이제는 ‘디지털’

올해 카드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디지털 혁신’이다. 비금융권 업체들이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 진입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속에서, 디지털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단 전략이다. 특히 카드사 수장들은 디지털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2017 하반기 사업전략회의’에서 주요 전 임직원에게 ‘디지털 혁신 리더’가 되기를 강조했다. 디지털 리더란 고객의 생활·경험·가능성 등에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가장 빠르게 제시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지난해 제시한 ‘디지털 퍼스트’보다 한 단계 진화한 개념이다.

하나카드도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전략을 발표했다. 결제, 마케팅, 보안 등 업무 전반에 있어 디지털화를 통해 미래 환경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우선 단계별 대응방안 1단계로 ‘카드사업 전 프로세스 영역에서의 디지털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24시간 365일 심사 발급 체계를 구축했다. 앞으로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해 생체인증이 가능한 실물 없는 카드와 챗봇 등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도 검토 중이다. 2단계 전략은 손님 맞춤형 결제 플랫폼을 구성하는 것이다. ‘하나1Q페이’ 앱 및 홈페이지에 개인화 영역을 넓히고 AI 등 지능화 기능을 연동해 개인화를 넘어 지능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디지털 삼성카드’를 내세웠던 삼성카드는 올해도 디지털 역량 강화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카드는 이미 지난 2015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링크’를 서비스하고 있다. 링크는 회원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회원이 좋아하는 업종이나 회원이 있는 곳 주변에 있는 인기 가맹점을 예상해서 개인별 혜택을 주는 서비스다.

아울러 삼성카드는 지난해 10월부터 회원 모집 방식을 100% 태블릿 PC로 전환한데 이어 올해는 제휴 백화점에 디지털 창구 서비스를 도입했다. 디지털 창구 서비스는 종이로 이뤄진 각종 신청서를 전자문서로 구현한 페이퍼리스 시스템이다.

◆ 스타트업 통해 신성장동력 꾀하는 카드사들

최근 카드사들은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가지고 있는 핀테크 관련 신기술을 선점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많은 자본을 보유한 카드사와의 협업이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다. 특히 카드사들이 보유한 방대한 고객 데이터 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오케이포스, 더페이, 스타씨엔씨 등 3개 스타트업과 제휴를 맺고 테이블페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테이블페이는 계산대에 가지 않고도 테이블에 앉아서 결제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점원이 가져다 준 주문서 안에 QR코드가 포함돼 고객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해당 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신한카드는 스타트업 오윈과 함께 커넥티드카 결제 시장에 최근 진출했다. 커넥티드카 결제는 차량에 디지털아이디를 부여해 차량을 결제수단으로 만드는 서비스다. 해당 결제는 신한카드를 통해 이뤄진다. 차량의 정확한 위치 정보를 통해 소비자는 차에서 지갑을 꺼내지 않고 편리하게 주유, 주차, 테이크아웃,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 10월 셔츠 정기배송 스타트업 위클리셔츠와 제휴를 맺고 고객 대상 무료 체험 프로모션을 실시하기도 했다. 위클리셔츠는 남성 셔츠를 세탁과 다림질까지 완료한 상태로 매주 고객의 집까지 배송하는 셔츠 렌털 서비스다.

비씨카드의 경우, 우수 스타트업 발굴과 지원을 위해 네이버,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비씨카드가 보유한 카드 데이터와 네이버 검색 데이터를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 제공하고 이를 통해 빅데이터 기반 스타트업을 육성 및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대카드도 스타트업 공유 사무실인 ‘스튜디오 블랙’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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