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올 7월 회사 제시안 이행 요구…사측 “상황 변했다, 시간 달라”

한국GM 노사가 지난 5월 시작한 올해 임금협상이 완전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한국GM 노조는 생존권 확보 투쟁을 선언하고 지회장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노조가 7월 24일 18차 교섭에서 사측이 꺼낸 최종 제시안 실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사측은 글로벌 GM의 사업 구조 재편 진행으로 추가 제시안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20일 한국GM 노조는 한국GM 부평공장 민주광장에서 ‘임금교섭 파행 규탄 및 생존권 확보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임금협상 타결을 위한 지부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5월 임금협상을 시작해 현재까지 총 23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이 발전전망제시는 물론 임금협상 제시안 마련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은 “한국GM 사측은 신차 생산, 수출 및 내수판매 증대방안 등을 11월에 제시하겠다고 했음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심지어 이달 6일 열렸던 20차 교섭에서는 물량축소를 언급하며 노동조합을 협박했다”면서 “18차 교섭 제시안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노조에 사측은 시간이 필요하다고만 하고 있어 단식농성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가 20일 한국GM 부평공장 민주광장에서 ‘임금교섭 파행 규탄 및 생존권 확보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 = 배동주 기자


앞서 한국GM 사측은 지난 7월 24일 진행한 18차 교섭에서 노조에 기본금 5만원 인상을 포함한 최종 제시안을 내놓았지만, 노조 반대로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당초 노조가 내건 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통상임금(424만7221원) 및 500% 성과급 지급, 2개조가 8·9시간씩 근무하는 현행 '8+9주간 2교대제'를 '8+8주간 2교대제'로 전환하는 안과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상황은 새로 부임한 카허 카젬 사장이 노조와 협상에 나선 19차 교섭에서 달라졌다. 노조는 제임스 김 전 한국GM 사장이 낸 제시안인 기본급 5만원 인상과 성과급 1050만원(기존 대비 50만원 인상) 타결을 요청했지만, 19차 교섭에서 사측은 추가 제시안을 마련하겠다고 대응했다. 판매 부진과 글로벌 GM의 미래 방향 재설정으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GM 판매량은 지난 8월 이후 부진을 겪었다. 또 지난 8월 글로벌 GM이 유럽 자회사인 오펠·복스홀 매각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한국GM 부담도 커졌다.

 

한국GM 관계자는 “지난 7월 24일 내놨던 올해 임금협상 최종 제시안을 50일여 지난 19차 교섭에서 그대로 이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면서 “상황의 변화는 노조도 이미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한택 지부장은 “현재 공장가동률이 군산공장20%, 부평엔진공장30%, 부평2공장60%, 창원공장70% 밖에 되지 않는 심각한 상황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회사가 처한 어려운 환경을 알기 때문에 18차 교섭에 나온 사측 제시안을 따르겠다고 결정한 것인데 사측은 돌연 19~23차 교섭 내내 수개월의 시간을 더 달라는 발언만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년 당장 에퀴녹스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입·판매되고 연간 최대 생산량이 30만대인 군산공장 생산 계획 물량이 1만6000대로 책정된 상황에서 생존권 보장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분 파업과 같은 방식도 있겠지만,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파업도 적절한 방식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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