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텐센트 시총 5000억달러 돌파, M&A 적극행보…완다, ‘엔터사업 축소론’ 가능성도

올해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 인터넷 컨퍼런스(Global Mobile Internet conference)에 설치된 텐센트 부스. / 사진=셔터스톡

텐센트가 문화굴기(崛起)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그간 부동산 대기업 다롄완다(大連萬達)가 굴기의 최전선에 서있던 걸 떠올려보면 변화의 흐름이 뚜렷하다. 사실상 ‘굴기’의 주인공이 바뀐 셈이다. IT로 만든 플랫폼에 콘텐츠를 얹은 ‘텐센트의 길’이 확연한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그 사이 완다의 주춤세가 확연하다.

최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텐센트가 홍콩 증시에서 주가가 105.5%(이달 16일 기준·달러 환산) 뛰어올라 상승률 1위로 꼽혔다. 1년 간 두 배 이상 올랐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미국 아마존이 57.3%로 10위, 페이스북은 56.6%로 11위, 애플은 52.6%로 13위였다.

텐센트는 시가총액 5000억달러(약 543조원)를 돌파한 최초의 중국 기업이다. 비록 열흘 만에 ‘5000억달러 클럽’에선 내려왔지만 여전히 4800억달러 이상의 시총으로 7위에 올라있다. 5위 페이스북의 턱 밑까지 따라붙은 셈이다.

잘 알려졌듯 텐센트는 IT기업이다. 중국에는 미국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에 빗대 BAT라는 낱말이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3대 IT업체 약자를 딴 말이다. 텐센트는 중국의 ‘카카오톡’이라 할 ‘위챗(WeChat, 微信)’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텐센트는 2012년 카카오톡에 720억 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텐센트비디오와 QQ뮤직도 대표적인 중국의 ‘놀 거리’다.

동시에 텐센트는 대표적인 콘텐츠산업인 게임업계에서 세계적 회사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을 전격적으로 인수하면서 업계 영향력을 더 키웠다. 당시 슈퍼셀은 가치 평가액만 11조원이 넘는 회사였다. 2011년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업체 라이엇 게임즈를 사들이기도 했다.

IT기술에 바탕을 둔 모바일 메신저와 콘텐츠의 결합은 상당한 시너지를 냈다. 국내 미디어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최대 게임사이기도 하지만 위챗을 이용해 콘텐츠, 핀테크, 광고까지 무한으로 영역을 늘렸다”면서 “대규모 투자의 초점을 모바일 플랫폼 극대화에 맞췄다는 점이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략은 이어지고 있다. 시총 5000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던 시점에 텐센트는 사진‧동영상 공유 모바일 메신저인 스냅챗의 모회사 스냅 지분 10%(약 1억4500만 주)를 장내 매수했다. 모바일 플랫폼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더불어 텐센트는 최근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기업 스포티파이와 지분 교환 협상을 시작했다. 주체는 텐센트 계열사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다. 아직 M&A라 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위챗과 스포티파이의 결합이라 상당한 이목을 끈다. 마치 국내서 카카오가 음원사이트 멜론(melon)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세계 1위 극장사업자 완다시네마를 보유한 다롄완다그룹의 주춤세는 확연하다. / 사진=셔터스톡

반면 완다는 주춤세가 확연하다. 완다는 지난해까지 미국 AMC를 시작으로 미국 카마이크, 유럽 1위 사업자 오데온&UCI, 호주 1위 사업자 호이츠, 북유럽 1위 사업자 노르딕 시네마 그룹까지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이미 완다시네마가 세계 1위 극장체인 사업자기도 하다. 특히 레전더리픽쳐스를 인수하는 데만 35억달러를 들였다.

완다의 지난해 투자액은 160억달러에 이른다. 왕젠린(王健林) 완다 회장은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앞서 로이터와 인터뷰하며 “매년 50억~100억 달러를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투자에 배정할 계획”이라는 뜻을 확고히 밝혔다. 또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 메이저 6대 영화스튜디오 중 하나를 인수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이 공언과 많이 다르다.

지난 9월 완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최대 주주인 다롄완다상업부동산(DWCP)의 신용등급이 ‘BB’로 강등됐다. 공격적인 해외 자산 인수가 양날의 검이 됐다는 평가가 잇달았다. 유동성 위기설까지 불거졌지만, 완다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할리우드를 겨냥한 기업쇼핑도 한동안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완다가 되레 몸집을 줄여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완다는 테마파크와 호텔사업을 매각했다.

앞선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완다가 3000개 넘는 스크린을 갖고 있는 사업자기 때문에 쉽게 힘이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할리우드도 M&A 때문에 최근 변동성이 너무 커서 앞으로 상황을 쉽게 관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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