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이대목동병원 논란… 유가족에게 사과없이 소송·언론대응에만 집중

대형병원에 가는 이유는 딱 하나다. 비싼 비용을 감수해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다. 최근 삼성서울병원과 이대목동병원에서 잇따라 신생아 의료사고들이 일어났다.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받던 아이들이 갑작스레 숨을 거뒀다.
 

문제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열악한 환경이다. 연예인 박수진씨 특혜 논란과 맞물려 시끄러웠던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신생아 중환자실 리모델링 공사를 강행했다. 먼지와 소음이 없는 공사라고 했지만, 보호자들의 증언으로는 아니었다. 사람이 드문 저녁 시간에 시끄럽고 먼지 날리는 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지난달 28일 오후 8시 삼성서울병원 신생아 유가족을 만난 적 있다. 과거 몇 번 언론보도가 취소된 탓에 조심스럽게 연락을 취했다. 신논현 한 카페에서 만난 죽은 아이의 아버지 A씨는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병원은 겉으로라도 사과하지 않았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냐는 태도였다. 대(大)삼성을 상대로 이길수 있겠냐는 의료분쟁위 답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다음날, 삼성서울병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꽤나 일이 커졌기 때문에 삼성서울병원 측이 공식입장을 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가족에게 유감이라고 표할 줄 알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관계자는 ‘할 말 없다’ 태도로 일관했다. 변명조차 없었다.

곧이어 지난 17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4명이 연달아 사망한 사실이 밝혀졌다. 유가족들은 이대목동병원 위생관리를 지적했다. 중환자실 옆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하거나, 간호사가 인큐베이터 문을 열어놓는 등의 증언도 나왔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세균감염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닫아놓을 순 없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질병관리본부가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신생아 유가족들의 공통된 말은 병원의 ‘사과’가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이대목동병원은 17일 곧바로 언론 브리핑을 가졌다. 그 자리에는 유가족이 나타났다. 신생아 아버지는 “브리핑은 누구에게 먼저 알려야 하나. 유가족이냐? 언론사냐? 브리핑을 한다는 뉴스를 듣고 달려왔다”고 소리를 질렀다. 병원은 유가족보다 언론 대응에 먼저 신경썼다.

내로라하는 대형병원들의 대처가 놀랍다. 사과는 물론, 변명조차 없다. 여론은 더 냉담해지고 있다. 차라리 뒤늦게라도 유가족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한 입으로 두 말이라도 해야한다.

 

더 나아가 신생아 중환자실 개선 또한 시급한 때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 10대 중 4대가 10년이 넘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국 신생아 중환자실 실태보고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조사에서 끝나지 않고 세균 감염이나 위생 관리에 대해서도 더 철저한 감시와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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