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아…기술과 상품의 가치 혼동 말아야

최근 가상화폐를 놓고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가상화폐가 돈이다 아니다 하는 논쟁으로부터 시작해, 가상화폐로 떼돈을 벌었다느니, 막대한 손실을 봤다느니 하는 것에 이어 가상화폐를 규제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것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정부조차 전면 규제를 하느냐 아니면 거래를 사실상 허용하느냐로 입장이 엇갈리는 듯하더니, 이번엔 가상화폐 대책 자료를 사전에 유출하는 사건까지 번져 갑론을박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언론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그 사이에 정부 내에선 가상화폐 대책을 어느 부서에서 주도하느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는 후문도 있다.

이러니 국민들은 가상화폐 얘기만 들어도 혼란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가상화폐 논란과 관련해 명확한 게 있다. 그건 바로 대한민국에 가상화폐를 제대로 연구한 사람이 없다는 것과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얘기조차 한심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란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이 문제를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민간 참여자들도 대부분 어떻게 하면 이익을 챙길까만 생각했지, 그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지난 11월말 총리가 “가상통화가 투기화되는 현실”을 지적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한다며 촌극을 빚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9월 가상화폐를 규제한 지 석 달이 지나도록 투기판이 극도로 커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모두가 방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뒤늦게 내놓은 대책조차 한심한 수준

그런데 정부가 첫 번째로 지난 13일 내놓은 대책조차도 아직 가상화폐의 개념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강하데 든다. 중국 정부는 거래를 금지시켰을 뿐 아니라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들을 출국금지까지 하면서 강하게 단속하고 나섰는데, 한국에선 미성년자 계좌개설 금지나 세금부과 검토 등 사실상 합법화하는 인상을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에 앞서 수집한 부작용이란 것만 봐도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투기와 가격급등락 위험, 환치기 등 외환관련 불법행위, 불법 자금세탁 등을 거론하고 있는데 어느 것도 가상화폐의 본질을 다루지는 못했다.

언론 역시 짙은 투기성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면서도 구체적으로는 단속을 요구하는 쪽과 반대로 신기술을 옹호하며 자율에 맡기자는 쪽으로 양분돼 가뜩이나 제 역할을 못하는 정부 관계자들을 되레 혼란스럽게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로 회사가 수익을 얻느냐 여부에 따라 지지성향이 엇갈리는 모습까지 풍기고 있다.

◇기술과 상품을 혼동하는 정부와 언론

가상화폐와 관련해 정부나 언론이나 가장 잘못 판단하고 있는 부분은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과 현실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상화폐라는 상품의 가치를 혼동한 데서 시작되는 것 같다.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 거래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에 빠졌다는 얘기다.

이 두 가지는 엄연히 별개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금융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일지만 그것이 화폐 기능을 거의 수행할 수 없는 이상한 상품을 화폐로 인정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란 이름으로 불리는 가상의 상품들은 시간이 갈수록 구하기 힘들도록 만든 논리구조에서 태어났다. 대수학의 무한소 개념과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신규 생산량이 0에 가까워지는데 그렇다고 더 이상 만들어낼 수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 불량상품은 사려는 사람이 조금만 늘어도 공급이 달려 가격이 폭등한다. 이는 가입자를 계속 끌어들여야만 승진을 하고 수당을 받는 피라미드판매나 마찬가지 구조란 얘기다.

게다가 이 상품에선 일부 당사자들 사이에 그 개념을 믿어준다(?)는 것만이 가치를 발생시키는 유일한 수단이다, 국가에 의한 법적 신용보장이 수반되는 것도 아니기에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 가치는 0이 되는 거품 같은 존재이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여러 생산자가 유사한 상품을 계속 만들어내면 국가의 화폐경제 시스템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에선 그 전조까지 감지될 정도였다. 외국 언론들이 한국의 이상과열에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이상한 상품이 한국에서 급부상한 것은 화폐가 아닌데 누군가가 ‘화폐’란 이름을 붙여 번역한 데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잘못된 용어와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군중심리가 교묘하게 조합을 이뤄 가상화폐 광풍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이유에 어찌됐든 공은 정부에 넘겨졌다. 이제 1단계 대책으로 끝낼 것인지, 아니면 완전 규제로 넘어갈 것인지가 관심사다. 피해를 확산시킬 것인지, 현 수준에서 막을 것인지가 달려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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