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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IT]① 디즈니發 역습 진원지 된 ‘훌루’
  • 고재석 기자(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7.12.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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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조원 빅딜 열쇳말, ‘스트리밍 디즈니’ 총아 주목…시장 커지는 ‘스트리밍’ 두고는 기대·우려 교차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인수하면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가 디즈니호에 승선하게 됐다. / 이미지=셔터스톡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삼켰다. ‘어벤저스’(디즈니)와 ‘엑스맨’, ‘데드풀’(폭스)의 ‘콜라보’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다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부채를 포함해 72조원에 달하는 ‘빅딜’의 열쇳말이 훌루(Hulu)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도 이번 빅딜을 보도하면서 훌루를 전면에 부각시켰다. 디즈니는 폭스 영화스튜디오, 폭스 텔레비전, FX 프로덕션, 폭스21, 유럽 위성방송 스카이와 함께 훌루를 품었다.

업계서는 이를 ‘역습’이라 칭한다. 한 국내 방송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초창기까지는 미국 방송사들도 콘텐츠 공급을 무기로 협상권을 유지했다. 지금은 넷플릭스가 콘텐츠 기업 아니냐”라면서 “협상테이블에서 점점 콘텐츠사업자가 불리해지니 아예 상대 게임의 판으로 뛰어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 ‘디즈니호’ 승선한 훌루, OTT 삼국지 판 바꿀까

훌루는 디즈니와 폭스, 컴캐스트가 각 30%, 타임워너가 10% 지분을 보유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이는 곧 빅딜로 훌루 지분 60%가 디즈니 소유가 됐다는 뜻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훌루를) 한 주주(디즈니)가 컨트롤할 수 있게 돼 의사결정과정이 간소화됐다”면서 “성장하는 온라인 비디오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로 디즈니를 이끌 것”이라고 평했다.

이번 빅딜로 각광받고 있는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도 14일(현지시간) 컨퍼런스콜에 나와 “훌루를 경영하게 된 건 좀 더 분명하고 효율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간 디즈니는 수익 절반가량을 TV부문에서 얻어왔다. 훌루는 디즈니를 OTT(Over the top,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 시장 한복판으로 이끄는 견인차가 될 전망이다.

미국 OTT 업계는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비디오, 훌루가 삼분할한 무대다. 단연 최강자는 가입자 1억명을 넘긴 넷플릭스다. 기존 강자가 새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신흥기업에게 시장을 내줬을 때 ‘넷플릭스 당하다’(Netflixed)라는 말을 쓰는 게 미국이다. 넷플릭스의 영향력과 상징성을 설명하는 데 이만한 단어는 없다. 그 뒤를 가입자 8000만명을 넘긴 아마존프라임비디오가 맹추격하고 있다.

훌루는 앞선 두 기업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가입자는 아직 3000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디즈니가 키(key)를 쥔 훌루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디즈니의 의지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이미 2019년께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동시에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제공하던 콘텐츠도 끊겠다고 덧붙였다. 협상테이블을 걷어 차버린 셈이다. 그렇다고 당장 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로만 영화를 개봉할 가능성은 적다. 마블 시리즈와 스타워즈, 엑스맨은 여전히 극장에 더 어울리는 콘텐츠다. 우선 초점은 TV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훌루가 제작한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는 제69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모두 5개 부문을 휩쓸었다. / 이미지=셔터스톡

최근 관련시장에서 훌루의 경쟁력이 진화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훌루는 지난 9월 열린 제69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로 드라마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모두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역시 5개 부문을 석권한 HBO 미니시리즈 ‘빅 리틀 라이즈’와 동률로 이번 에미상 최다 수상 작품이다. 마치 넷플릭스가 ‘하우스 오브 카드’로 미국 TV업계에 충격타를 안긴 것과 유사한 사례다.

◇ 경계 사라진 IT와 콘텐츠산업…전망 두고선 시각 엇갈려


디즈니의 역습으로 OTT 대세론은 또 한 번 증명됐다. 미국에서 “케이블 TV 선을 잘라라”라는 문구가 횡행하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최첨단 IT(정보기술)와의 결합은 이런 분위기를 더 자극할 공산이 크다. 넷플릭스 성공동력 중 하나가 빅데이터를 통한 맞춤형 콘텐츠 추천이란 건 유명한 얘기다. 아마존은 AI(인공지능)가 탑재된 스피커를 통해 아마존프라임비디오까지 시청 가능한 융합 구조를 구축해 놨다.

그러다보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과 페이스북, 디즈니, 넷플릭스가 한데 뒤엉켜 경쟁하고 있다. 당장 애플이 TV산업 시장 개척을 위해 내년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 ‘올드미디어’ 취급 받는 타임워너는 사진‧동영상 공유 모바일 메신저인 스냅챗의 모회사 스냅과 손잡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키로 했다. 페이스북도 TV 프로그램 에피소드를 제작한다. 구글은 유튜브 레드를 갖추고 있다.

‘훌루를 품은 디즈니’를 낙관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시장이 성장 중인 건 분명하지만 참여자가 너무 순식간에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최근 넷플릭스는 미국서 월9.99달러이던 HD 화질의 월정액 상품 가격을 10.99달러로 인상했다. 그래도 여전히 미국 유료방송(30~50달러)에 비하면 반값 이하다. 그런데 디즈니는 새로 출시할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가 넷플릭스보다 저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자가 늘어난 상황서 ‘염가전략’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수익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번 빅딜 자체가 상황을 반전시킬 동력이라는 해석도 있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면서 IP(지적재산권) 확보경쟁에서 몇 발자국 앞서간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스트리밍 월정액 가격경쟁이 일어날 수 있지만 IP확보로 유통 거품을 뺐다. 또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으로 광고수입을 확보하면 선순환 수익구조를 구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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