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근 이 부회장 항소심 공판서 증언…'명시적청탁' 인정될지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뇌물공여 등 항소심 1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처음 독대한 시점이 1심에서 인정된 시점보다 더 이른 것으로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논리가 한층 더 강화된 셈인 만큼, 향후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18일 오전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 박근혜 정권 ‘문고리 권력’으로 불린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증인신문 했다.

이날 신문은 그동안 알려진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세 차례 독대(2014년 9월 15일, 2015년 7월 25일, 2016년 2월 15일)보다 앞선 독대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진행됐다.

특검 측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1차 독대 시점이 1심이 인정한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보다 앞선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이뤄졌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작성한 ‘대기업 등 주요 논의 일지’ 등이 근거가 됐다.

특검 측은 이때부터 이 부회장과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청탁’ 및 ‘뇌물수수 합의’가 진행됐고 명시적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그동안 ‘1차 독대 시점인 2014년 9월 15일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갑작스럽게 이뤄져 5분에 지나지 않는다. 부정한 청탁이 오고 갔다는 특검의 주장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또 세 차례 독대 외에 다른 만남은 없었다는 취지로 부인해 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은 이날 안 전 비서관의 증언으로 신빙성을 잃게 됐다.

안 전 비서관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1차 독대 장소와 시점이 1심에서 인정된 ‘2015년 9월 15일’, ‘대구 창조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이 아니라 ‘다른 시점’ ‘청와대 안가’라고 증언했다.

안 전 비서관은 “2014년 하반기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안가에서 면담한 사실을 기억하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한 번 안내한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정확한 시점을 기억하지는 못하겠다면서도 “(9월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면담한 시기)와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안 전 비서관은 또 “기업 회장님들과 면담이 (2014년) 11월 말 ‘정윤회 문건 유출’ 앞 언저리쯤 있었기 때문에 상반기가 아닌 하반기쯤으로 기억한다”면서 1심에서 인정된 1차 독대 시점이 다르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자신이 사용한 휴대전화에 ‘3. 이재용’이라고 저장된 전화번호에 대해서도 안 전 비서관은 “단독 면담 때 이 부회장이 안가로 들어와 서로 인사 했는데 그때 이 부회장이 연락처가 기재된 명함을 줬다”며 “필요할 때가 있을 것 같아 휴대폰에 저장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안 전 비서관의 이날 증언은 ‘독대’의 성격을 규정하는 재판부의 심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단독면담에서 개별현안에 관한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독대에서 묵시적·명시적 청탁이 일어났다고 볼 수 없다"면서 “1차 면담에서 합병 준비는 없었고, 대통령 말씀자료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 하기 힘들었다고 봐 명시적 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삼성의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청탁을 인정하면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독대 시점 변화에 따라 2심에서는 명시적 청탁이 인정될지 여부는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7일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해 증인신문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면서 “불출석할 경우 피고인 신문과 검찰의 구형, 피고인 의견, 피고인 최후진술까지 모두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시간이 부족할 경우 28일까지 연속 개정해 모든 절차를 종료하기로 했다.

1심이 결심 이후 약 3주 만에 선고를 한 것에 비춰 볼 때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는 1월 중순께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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