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성능도 옵션도 G70 ‘勝’…판매 간섭에 스팅어 판매 반토막

기아자동차 ‘스팅어’가 맏형인 현대자동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G70’와의 판매 간섭으로 판매량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아차는 스팅어를 통해 국내 스포츠 세단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계획이었지만, 고급 세단으로 나온 G70에 구매 수요를 뺏기고 있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스팅어는 지난 5월 출시 이후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진 지난 6월과 7월 각각 1322대, 1040대 판매고를 기록했지만, 이후 지난 8월부터 월 700여대 판매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아차는 당초 월 1000대를 판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지난달 스팅어는 718대가 팔렸다. 6월 대비로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스팅어 판매 부진은 제네시스가 G70 출시 이후 시작됐다. 제네시스는 지난 7월 이미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을 G70에 처음으로 탑재한다고 밝히고, 이어 9월 제네시스 G70를 내놨다. G70는 출시 첫날 2100대 계약을 이뤘고, 지난달 1591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기아자동차 스팅어(왼쪽)과 현대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G70. / 그래픽 = 시사저널e

업계에선 G70 출시 이후 스팅어 판매 감소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지적한다. G70과 스팅어가 차량 생산의 기초가 되는 차대인 플랫폼을 공유하는 쌍둥이 차임에도 가격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제로백 등 동력 성능에서 스포츠 세단을 표방한 스팅어보다 G70가 앞선다.

기아차는 스팅어를 차체 지붕에서부터 끝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패스트백 형태 스포츠 세단으로 내놓고 BMW 4시리즈, 아우디 A5를 경쟁 모델로 지목했다. 제네시스는 고급 준중형 세단으로 스팅어가 아닌 BMW 3시리즈, 아우디 A4와 같은 체급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스팅어와 G70은 후륜구동에 기반한 동일 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스팅어와 G70 모두 같은 고성능 세단인 셈이다. 실제로 스팅어 3.3ℓ 가솔린 터보 모델 제로백은 4.9초, 동일 엔진을 장착한 G70 제로백은 4.7초다. 국내에서 개발된 차들 중 최고 기록이다.

결국 선택은 가격과 옵션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제네시스 정통 세단을 표방한 G70의 가격은 3750만~5410만원이고 기아차 스팅어 가격은 3500~5110만원이다. 스팅어가 트림 별로 G70보다 약 200만원 저렴하지만, 스팅어는 옵션에서 G70에 완전히 밀린다.

G70에는 음성인식과 같은 카카오 인공지능(AI) 플랫폼이 설치됐으며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도 갖췄다. 운전자의 자세를 분석해 자동으로 시트·스티어링휠·디스플레이 등 위치를 최적화 하는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은 EQ900에 장착된 것으로 G80에도 없는 기능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제네시스 G70과 스팅어가 다른 성격의 차라고 이야기하지만,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브랜드만 다른 쌍둥이 차”라면서 “고급 옵션이 많고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G70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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