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펀드조성‧M&A에 적극적, 손영권 주목…LG전자 자체기술 개발에 퀄컴과 ‘맞손’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자율주행차 선점경쟁이 뜨겁다. / 이미지=셔터스톡

각기 다른 방향에서 같은 산을 오르려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자율주행 선점경쟁 얘기다. 삼성전자는 펀드조성과 M&A(인수합병)에 전략적 방점을 찍고 있는 모습이다. LG전자는 ‘기술개발’ 담금질에 나섰다. 대표적인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놓고 전자 양강의 한판 승부가 펼쳐질 조짐이다.

16일 관련업계와 포춘 등 외신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레노버의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레노버 오토’와 손잡고 자율주행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레노버 오토는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통합·관리하는 ‘에이웨어(AWare)’를 최근 개발했다. 테스트의 방점은 에이웨어를 자율주행차에 곁들였을 때의 상황에 찍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9월 삼성전자는 3억달러(약 3천270억원) 규모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Samsung Automotive Innovation Fund)’를 조성해 자동차 전장 사업을 강화한다는 복안도 밝혔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이 역시 자율주행 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 펀드의 첫 투자대상이 자율주행 플랫폼과 첨단 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의 글로벌 리더인 TT테크라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감을 더한다. 삼성전자는 TT테크에 7500만 유로(약 963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규모가 작지만 전장사업 갈증을 해소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가 영위하고 있는 고마진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과 달리 전장 사업은 투자회수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작은 기회도 놓치지 않고 유의미한 에코시스템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삼성전략혁신센터(SSIC)가 운영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DS 사업부문 산하였던 SSIC를 전사 조직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손영권 사장 역할이 커졌다. 손 사장은 삼성전자가 201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SSIC를 만들면서 영입한 인사다. ‘손영권표 혁신’의 가늠자 역시 자율주행이다. 업계서는 향후 삼성전자의 M&A가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분야에서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손 사장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Harman) 이사회 의장도 겸직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일반도로에서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V2X 안전기술 중 하나인 『선행차량 급제동 경고』를 시연하는 모습. 선행차량이 급제동을 하자 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은 후행차량에 상세한 관련 정보와 함께 경고가 울리고 있다. / 사진=LG전자

LG전자의 움직임도 돋보인다. 최근 LG전자는 국내 최초로 LTE 이동통신 기반 V2X(Vehicle to Everything, 차량과 모든 개체 간 통신) 단말과 이를 활용한 자율주행 안전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LTE V2X는 차량 대 차량(V2V, Vehicle to Vehicle), 차량 대 인프라(V2I, Vehicle to Infrastructure), 차량 대 보행자(V2P, Vehicle to Pedestrian) 등 차량과 모든 개체를 LTE 고속 이동통신으로 연결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 환경을 구축하는 기술이다.

자율주행 안전기술은 크게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주행보조시스템) 센서 방식과 ♦V2X 방식으로 나뉜다. 업계에 따르면 차량이 카메라, 레이더(Radar), 라이다(Lidar) 등 ADAS 센서를 통해 주변 위험을 직접 감지하는 방식은 탐지거리가 짧다.

LG전자가 개발한 V2X 안전기술은 LTE 통신을 이용해 주변 차량의 위치, 방향, 속도와 교통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교환하고 대응한다. 덕분에 이러한 ADAS 센서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전자는 차량용 통신모듈인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2013년 이후 5년 연속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있다.

10월에는 이동통신 반도체 분야 대표기업 퀄컴(Qualcomm)과 5G 기반 V2X를 비롯한 차세대 커넥티드카 솔루션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소를 설립한 바 있다. LG전자와 퀄컴은 내년 말까지 마곡산업단지 내에 연면적 1320 제곱미터(㎡) 규모의 연구소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나쿨 두갈(Nakul Duggal) 퀄컴 부사장은 “LG전자와의 오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5G 시대 안전한 자율주행차와 차세대 커넥티드카를 위한 솔루션인 차량용 통신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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