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전이 있는 환자군도 동일치료 효과…지난달 건보 등재, 한 달 약값 100분의 1로 줄어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K(60·여)씨는 비흡연성 폐선암 4기 환자다. 지난 2014년 5월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돌연변이 양성 진단을 받고 1차약제인 이레사로 2015년 4월까지 치료했다. 이 시점에서 이레사 내성이 발생해 일반 3차 항암치료를 시행했다. 같은 해인 2015년 9월 재조직검사에서  T790M 돌연변이가 확인돼 올리타 2상 연구에 참여했다. 이 환자는 올리타 800mg 복용 시작 후 감량 없이 현재까지 2년 4개월간 암증상 없이 안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S(54·여)씨도 비흡연성 폐선암 4기 환자다. 그는 지난 2013년 10월 진단 골반뼈 단일 전이에 대한 방사선 치료 후 2014년 2월 우상엽 절제술을 시행했다. 같은 해 8월 재발해 이레사 복용을 시작했고 2016년 4월말까지 진행했다. 이어 올해 1월 T790M이 발견돼 올리타를 복용한 후 11개월 동안 뇌전이 증상이 호전돼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현재는 감량해 올리타 400mg을 복용 중이다.    

 

올리타 / 사진=한미약품

‘올리타(성분 올무티닙)’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3세대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다. 표적항암제란 발암 과정의 특정 표적인자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치료제를 지칭한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올리타는 EGFR TKI (상피성장인자수용체-티로신 키나제 억제제)1차 치료에 내성이 생긴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쓰인다. EGFR-TKI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티로신키나제를 억제해 암세포 생존, 증식, 전이를 막는 약물을 지칭한다.   

 

기존 개발됐던 EGFR TKI는 일정 기간 환자에 투여하면 T790M이라는 단백질이 변이되면서 약물에 내성이 생기게 된다. 결국 기존 약물은 더 이상 약효가 듣지 않아 환자들은 사망에 이르게 된다. 

 

올리타는 이처럼 기존 약물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쓸 수 있는 3세대 약물이다. 특히 최근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회의에서 한국과 대만, 말레이시아, 호주, 미국 등 10개국 68개 연구기관이 진행한 글로벌 2상 임상 결과는 뇌로 전이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도 올리타 효능을 입증했다.  

 

이번 발표에서 한미약품은 뇌 전이가 있는 환자를 포함해 진행된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군에서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 등을 선보였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약제를 복용하는 동안 질환이 악화되지 않고 잘 지낸 기간을 지칭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진행 생존기간과 전체 생존기간(OS)은 각각 9.4개월과 19.7개월로 나타났다. 전체 생존기간은 질환에 걸린 사람 중 실험이 끝났을 때 살아남은 사람들의 비율을 말한다. 

 

전체 162명 환자에는 임상시험 등록 시점에 뇌 전이가 있는 환자 83명(51.2%)이 포함됐다. 뇌 전이가 있는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환자군의 PFS가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뇌 전이가 있는 환자군에 대해서도 올리타 치료가 유효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 신약 후보물질 선정 과정

 

이레사나 타세바와 같은 1세대 EGFR TKI를 EGFR 활성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투여하면 T790M이라는 새로운 변이가 획득되면서 약물에 내성을 갖게 된다.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러한 T790M 내성변이를 억제하기 위해 2세대 EGFR TKI (pan-Her 저해제)를 개발했지만 대부분 임상에서 실패했다. 임상에서 T790M을 억제하는 약물 농도에 도달하기 전 EGFR wild type(천연형)이 먼저 억제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도 Poziotinib이라는 pan-Her 저해제를 개발하면서 같은 경험을 했다. 이 결과를 교훈삼아 T790M을 억제하면서도 wild type을 억제하지 않거나 억제하더라도 약하게 억제하는 물질을 개발하면 문제의 T790M 내성변이를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한미약품이 그동안 여러 형태 항암제를 연구하면서 확보한 ‘Hanmi compound library(수 만개 물질)’에서 스크리닝한 결과, EGFR wild type을 억제하지 않으면서 약하지만 T790M을 억제하는 hit 물질을 찾게 됐다.

 

이후 hit 물질로부터 in silico docking 및 structure based drug design(SBDD), 유도체 합성, 약리활성 평가 등 최적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해 수백개 유도체를 합성했다. 이 중 code no HM61713(올무티닙)을 가장 적합한 개발 후보물질로 선정해 개발하게 됐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한달 부담금이 7만5000원

 

올리타는 지난 11월 15일 건강보험에 등재돼 보험 적용을 받기 시작했다. 급여가 되기 전 750만원에 이르렀던 한 달치 올리타 약값이 7만5000원(환자 본인부담금)으로 크게 경감됐다. 한미약품은 현재 올리타의 글로벌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조속히 속도감 있는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5명 환자 중 3명 증상 좋아져, 부작용 거의 없어”

 

이현우 아주대학교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완화의료센터장)는 현재 올리타를 처방해 복용 중인 환자가 5명 규모라고 밝혔다. 이중 3명 증상이 좋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교수는 “처방한 올리타는 600mg​으로 시작했다”며 “처방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CT(전산화 단층촬영) 검사는 하지 않은 상태이며,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확인했다. 다른 환자 2명은 큰 변화는 안 보이는 상태다. 

 

이 교수는 “올리타가 효과도 있어 현재로선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며 “상대적으로 경쟁 약물에 비해 약가가 저렴해 국가적 입장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논란이 적지 않았던 올리타 부작용에 대해서는 “800mg​에 비해 600mg​은 부작용이 많지 않다”면서 “한미약품이 진행하는 글로벌 3상 임상에서 긍정적 데이터가 나오면 경쟁력이 배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올리타는 국내서 개발한 표적항암제 중 돋보이는 약”
이계영 폐암학회 이사장, 초기 환자 적합 용법도 당부

 

이계영 이사장 / 사진=이 이사장

“한미약품 올리타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표적항암제 중 돋보이는 품목입니다.” 

 

이계영 대한폐암학회 이사장(건국대학교병원 폐암센터장)은 “올리타를 복용한 환자들이 항암효과에 대해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계영 이사장의 생각 역시 환자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표적항암제가 몇 개 품목 있지만, 올리타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 이사장은 “올리타는 전 세계적으로도 처방이 가능한 약”이라며 “가능성이 충분한 신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약품에 대한 당부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비소세포폐암 초기 환자에 적합한 올리타 용법을 한미약품이 개발해야 한다”며 “관련 치료제 시장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올리타는 2차 약제인데, 1차 약제로 급여기준을 확대하는 등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달라는 당부로 풀이된다. 

 

이 이사장은 “올리타의 또 다른 장점은 저렴한 약가”라며 “한 달에 7만5000원 부담은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제적 장점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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