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영장 청구 끝 구속…法 “국정원 동원 공직자 및 민간인 사찰 혐의사실 소명, 증거인멸 우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 정권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불법사찰 혐의로 15일 구속됐다.

주요 피의자들의 잇따른 석방과 구속 불발로 주춤했던 검찰 적폐청산 수사가 추가동력을 얻을지 주목된다.

우 전 수석의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이 청구한 세 번째 영장이 법원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서울구치소에 대기 중이던 우 전 수석은 그대로 수감됐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국정원에 지시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 전 수석은 또 국정원에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회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 과학기술계와 진보성향 교육감을 뒷조사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특히 이석수 전 감찰관과 관련된 혐의가 우 전 수석 자신과 가족의 이익이 직결됐다는 점해서 “사익 추구형 범죄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이 세 번째였다. 앞서 청구된 두 개의 영장은 모두 기각됐지만, 세 번째 구속영장은 혐의가 구체적이었다는 점에서 구속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입증한 혐의의 수위가 구체적이고 수위가 달랐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검찰은 영장청구에 앞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특별감찰관실 직원들, 국정원의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다. 또 ‘공모자’로 지목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 대한 사전 수사를 통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 최 전 2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나, 추 전 국장이 구속된 것도 지렛대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 전 수석의 구속으로 주춤했던 검찰 적폐청산 수사가 다시 탄력이 붙을지도 주목된다.

한동안 검찰은 여러 변수로 난관을 맞이한 모양새였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사건에 관여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법원의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됐고, 청와대 핵심 참모로 군 댓글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여론이 좋지 못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적폐수사 중요 부분을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발언해 검찰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있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다. 이밖에 우 전 수석에 대한 ‘황제 소환 논란’ ‘봐주기 및 부실수사 논란’ 등은 검찰의 오점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이 구속됨으로써 검찰이 부정적 시선을 떨쳐내고 어느 정도 국민적 신뢰를 회복한 형세가 됐다. 우 전 수석의 혐의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에서 향후 검찰 수사를 진척시킬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적폐수사의 종착지’로 여겨지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도 활로가 열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장기각과 석방 등으로 피로감을 느꼈던 여론이 다시 돌아설 수 있다는 전제에서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과 군을 통한 정치개입, 자동차부품사 다스 관련 직권남용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다스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장 접수 등도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충분히 무르익지 못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소환과 관련해 “지금은 그 부분을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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