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중국 측에 강력히 항의”…中 외교부 “큰 관심 표명”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를 취재하던 한국의 한 사진기자가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중국 측 경호 관계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해 쓰러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둘째날인 14일, 중국 현지 경호인력들이 한국 기자를 집단 폭행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에 문 대통령의 방문으로 해빙 무드가 기대됐던 한중 외교 관계에 부정적 기류가 더 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같은날 예정됐던 한중 정상회담은 일정대로 이날 오후 6시30분께 시작됐다.

14일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의 공식 행사를 동행 취재하던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들이 중국인 경호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아직 폭행을 행사한 중국인 경호원들의 소속 등 구체 사항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은 베이징 ‘국가회의중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ㆍ중, 경제ㆍ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행사에 참석했다. 당시 행사장에서 중국인 경호원들이 문 대통령 공식 행사를 동행 취재하던 기자를 집단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자들이 중국인 경호원들의 과도한 취재 저지에 대해 항의하자 무력 제압에 나선 것이다. 폭행은 2~3분가량 이어졌다.

한국 기자를 폭행한 중국인 경호원들이 중국 공안인지, 행사 주최측인 코트라가 고용한 현지 사설 보안업체 직원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 중이다.

사건 당시 행사를 취재하며 목격한 기자와 청와대 측 전언 등에 따르면, 중국인 경호원들은 문 대통령을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을 강하게 제지하면서 한 사진기자의 멱살을 잡고 바닥으로 내팽겨 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인 경호원들은 이 장면을 촬영하려던 다른 사진기자 카메라를 빼앗아 던지려는 제스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5명 넘는 중국인 경호원들은 바닥에 넘어진 사진기자를 복도로 끌고나가 발로 차는 등 집단 폭행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경호원들의 폭행을 저지하던 청와대 관계자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을 당한 사진기자는 바로 조어대 의무실로 이동해 응급치료를 받았다. 그는 1차 치료 후에도 어지럼증과 구토를 호소했으며 이후 대통령 전용으로 계약된 병원으로 후송됐다. 해당 기자는 귀국 즉시 서울대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다.

청와대 의무팀은 이 기자 건강 상태에 대해 “CT를 보니 안와골절(안구를 둘러싸고 있는 뼈 골절)이다. 다행히 뇌출혈은 없다”면서도 “업무수행은 불가능하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사건 이후 청와대 측은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경호처장 등 참모진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가졌다. 청와대는 외교부 아주국장을 통해 중국측에 강력히 항의를 표하며 진상파악 및 책임자 규명 등 조치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해당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공안과 (한국 기자단이) ‘대통령의 동선을 모두 취재한다’는 사전 확약을 했다. 그런데 중국이 자의적으로 취재를 막아서는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했다”며 “중국은 시진핑 주석 행사가 아닌 문 대통령 행사에 한국 경호처 인력 2배 넘는 인력을 투입했다.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폭행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한다”며 “ 사건이 발생한 행사는 한국 측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매우 관심을 두고 한국 측을 통해 구체적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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