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재단 774억 후원금 등 18개 공소사실 “정경유착 전형적 사례”…안종범 6년·신동빈 4년 구형

최순실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검찰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최순실씨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검찰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의 결심공판에서 “정경유착의 전형적 사례”라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또 최씨에게 벌금 1185억원과 추징금 77억9735만원도 함께 선고해 달라고 했다.

최씨의 사건은 특검과 검찰이 별도로 기소해 병합된 관계로, 특검과 검찰이 각각 최종 의견을 진술한 뒤 양측의 입장이 함께 고려돼 구형이 이뤄졌다.

먼저 최종의견을 진술한 특검은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대한민국 최고 경제권력자인 삼성그룹 총수가 은밀한 자리에서 상호의 요구를 들어주었던 정경유착의 전형적 사례”라면서 “이 사건 수사 및 재판과정 지켜보는 국민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유산으로만 알고 있던 정경유착의 병폐가 과거사에 그치지 않고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오랜 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깊숙이 관여해왔다”면서 “그 과정에서 대통령과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작업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청탁의 대가로 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 영재센터에 대한 후원금 지급, 미르 및 K스포츠재단 출연금 지급 명목으로 300억원에 이르는 뇌물을 수수했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또 “재판기간 중 최씨가 범행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면서 더 나아가 별다른 근거 없이 검찰 및 특검을 비난하는 법정에서의 태도를 보면 참으로 후안무치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이러한 태도는 마지막 순간까지라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양심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국민의 가슴에 다시 한번 큰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우리나라 역사의 뼈아픈 상처지만 한편으론 국민의 힘으로 법치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면서 “최씨에 대한 엄중한 단죄만이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훼손된 헌법적 가치를 재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께서 후대 대통령들이 헌법과 법률에서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고 책무를 다함에 있어서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준엄한 교훈이 될 수 있도록 최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해 공정한 평가와 함께 엄한 처벌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정리했다.

검찰은 최씨의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삼성 핵심 인물들을 통해 300억원 상당을 전달받은 사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3차례 은밀하게 독대한 사실, 정유라 승마지원과 자금 지원 사실 등이 드러났다”며 “이재용의 경영권승계 등 현안 해결,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증언, 안종범 수첩 내용 등을 통해 진술과 객관적 물증으로 범죄사실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 역시 “이번 사건은 과거 군사정권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가능했던 적폐를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정경유착의 고리를 만들고 병폐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이어 “최씨는 국정농단 사태의 시작과 끝이다”면서 “피고인은 박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 친분을 이용해 정부조직과 민간조직 어지럽히며 국정을 농단해 헌정사상 최초 대통령 탄핵 국가위기 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이다”고 꼬집었다.

또 “최씨가 대기업들로 하여금 합계 774억원 출연을 강요한 것은 헌법상 기업경영 자유와 재산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며 “피고가 자신의 사리사욕 채우기 위해 동원한 기업들 자금은 사실 소외계층, 국민복지, 문화생활 향상에 상용돼야 했을 자금들로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들에도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욕에 눈이 멀어 온 국민을 도탄에 빠뜨린 것에 상응하는 형사책임 물어야 한다”면서 ”범행 중 검찰과 특검에서 기소한 특가법상 뇌물죄의 법정형이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인 점,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취득한 사익이 수백억에 이르는 점, 허위진술·증거인멸 등 방법으로 사건 실체 발견을 방해하는 등 참작할 사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 공여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최순실씨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반면 최씨 측은 이번 사건의 성격을 “특정세력이 기획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일부 정파와 특정 시민단체, 이에 부합하는 언론, 정치검사 등이 기획한 국정농단 의혹사건이 아닌가 싶다”면서 “정도 수사를 이탈한 정황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가장 결정적인 정황이 JTBC의 태블릿PC 조작”이라면서 “국과수에 의해 태블릿PC는 최씨의 소유가 아니고, 최씨가 사용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년여 걸친 증거조사 결과 이 사건이 기획된 국정농단 의혹사건일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재판부께서 이 사건의 성격을 규명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이 구형된 데 대해선 “옥사하라는 얘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씨는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 미수, 사기 미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알선수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공소사실만 총 18개에 달한다.

대표적인 혐의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안 전 수석과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로 모금한 혐의(직권남용·강요)다.

이 밖에 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 등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으로부터 213억의 뇌물을 받기로 하고 실제 77억9000여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도 있다. 최씨는 또 삼성으로부터 미르·K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 등 명목으로 각각 204억원, 16억2800여만원을 받아낸 혐의(특가법상 뇌물)도 받는다.

최씨는 딸 정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비리 혐의로 별도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받은 바 있다.

한편, 검찰은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70억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징역 4년과 추징금 70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