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박종복 행장 '적자에서 흑자로' 실적 두드러져…씨티 박진회 행장 '디지털금융'서 앞서

국내에 진출한 대표급 외국계 은행들의 한국인 수장들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과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각기 다른 색깔로 글로벌 금웅그룹에서 리더십, 업무역량을 인정받아 새로운 임기를 맞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SC제일은행장은 차기 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돼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SC제일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지난 8일 회의를 개최해 박 행장을 차기 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SC제일은행의 첫 한국인 행장인 박 행장은 연임 성공으로도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됐다. 


박진회 씨티은행장도 주총에서 연임이 확정되며 씨티은행을 이끌게 된다. 박 행장은 지난 2014년 전임 하영구 전 행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인 행장 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번 연임 확정으로 박 씨티은행장은 임기가 2020년 10월까지 연장되며 총 6년간 씨티은행을 이끌게 됐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사진=뉴스1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취임 1년만에 적자를 흑자로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적자에 시달리던 은행 실적을 취임 1년만에 흑자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제일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라는 두 브랜드를 조화롭게 활용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소매 영업 기반을 견고하게 다진 결과다.

이에 빌 윈터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회장도 당시 SC제일은행의 실적 향상을 두고 "최근 한국SC은행의 두드러진 약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SC제일은행 당기순이익(손실)을 보면 2014말 753억원 적자에 이어 2015년말에도 2857억원 적자로 적자 폭이 커졌다. 하지만 2016년 2244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이후 흑자 기조를 정착시켰다. 올해 3분기에만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을 2376억원 기록했다.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을 3분기만에 뛰어넘었다.

이에 SC제일은행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각각 0.52%, 6.78%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0.06%포인트 및 0.70%포인트 개선됐다.

이 같은 실적 향상은 박 SC제일은행장의 과감한 경영 결단에서 비롯됐다. 박 행장은 1000여 명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소매금융에서 꾸준한 실적을 올렸다. 이에 SC제일은행 판매관리비는 2015년말 1조4597억원에서 지난해 말 8580억원으로 41.2%나 감소했다. 이 수치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5833억을 기록해 올해도 감소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진회 씨티은행장, 디지털·자산관리 등 차별화 전략 내세워

박진회 행장은 금융권의 디지털 혁명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디지털 부문 강화를 위해 비대면채널 강화 전략을 내세웠다.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추진하면서 7월부터 점포 90곳을 차례대로 줄여나가고 있다.

한때 점포 대거 폐쇄로 씨티은행 노조와 금융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폐쇄 대상 영업지점 수를 기존 101개에서 90개로 축소했다. 사무계약직과 창구 텔러 계약직 302명 전원을 정규직 전화하는 등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논란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앞으로 박 씨티은행장이 추진하는 비대면채널 등 디지털전환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이 올해 내놓은 모바일뱅킹인 '뉴씨티모바일'과 인터넷뱅킹서비스인 '뉴인터넷뱅킹'은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가 주최한 2017년 스마트앱어워드와 2017 웹어워드코리아에서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만큼 디지털뱅킹에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디지털뱅킹 강화와 함께 박 행장은 자산관리(WM)에도 중점을 두는 전략으로 혁신을 이끌고 있다. 2015년 11월부터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 대상을 기존 1억원 이상 고객에서 5000만원 이상 고객으로 확대하고 '디지털뱅킹' 강화 추세에 맞춰 일부 지점을 자산관리 센터로 교체했다.

씨티은행은 서울 청담동과 도곡동 등지에 대형 WM센터 5개를 잇달아 오픈하는 등 오프라인 WM 서비스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박 행장은 "고객의 디지털 경험과 WM(자산관리)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소비자금융 사업모델 변경' 1단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고객만족에 중점을 두고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씨티은행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7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9.3% 늘었다. 같은 기간 판매관리비는 208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9.4% 늘었다. 지난해 임금단체협약 타결에 따른 인건비 상승에 영향을 받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은 국내 은행들보다 특히 실적에 예민하다. 실적이 악화하면 은행장 입지가 작아진다"며 "그런 점에서 두 한국인 은행장이 모두 연임에 성공한 것은 고무적이다. 차별화 전략과 경영 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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