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셀프연임" 발언 이어 금감원 내년 검사방향 밝혀…금융권 "경영자율성 침해" 반발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 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이사회, 경영승계제도 등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 요구와 검사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금융권 관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금융사 통제가 강화되면 금융사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금융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검사 제재 프로세스 혁신 태스크포스(TF)'는 "금감원이 금융사의 개별적인 부당행위 적발에만 치중할 경우 소비자 피해 예방 효과가 미흡하다"며 "금융사 지배구조 운영실태 및 조직문화 개선 등 실질적인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금감원이 그동안 금융사에 대한 검사를 개별적인 위법행위에 맞춰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그 원인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운영실태와 조직문화 개선 등에서 찾아 금융사의 지배구조, 리스크관리, 내부통제 등이 제대로 운영되는지를 실질적으로 검사하겠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이번 TF 권고안을 즉시 추진할 방침이다. 필요시 법규 개정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유광열 수석부원장은 "다수의 금융소비자에게 부당한 피해를 유발하는 영업행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 원인인 지배구조와 조직문화, 내부통제 체계 등을 철저히 분석해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금감원 방침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셀프연임'이라고 질타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간섭과 통제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경쟁자를 다 인사조치해 회장 스스로 연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지적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주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연이어 최 위원장은 29일에 "CEO 스스로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었다"고 다시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대해 비판했다.

이런 발언에 때맞춰 금감원의 금융감독·검사 제재 프로세스 혁신 TF가 구체적인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검사 로드맵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TF는 앞으로 금감원이 금융사의 대주주와 최고경영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금융사의 위법행위가 경영방침이나 정책 등에서 기인하거나 내부통제상 구조적인 문제라고 판단되면 기관과 경영진에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TF는 대주주와 경영진에게 책임이 발견될 경우 금전 또는 신분상 제재를 가하고 금융사 과징금, 과태료 부과에 이어 업무정지, 영업점 폐쇄 등 중징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고의성이 발각되면 중대한 위법행위를 한 임직원, 지배주주 등에게 10년 이상 금융회사 취업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대주주나 경영진이 근거 서류를 남기지 않기 위해 구두로 지시하는 경우 적발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필요한 경우 이미 폐기한 문답서나 확인서도 징구하기로 했다.

다만 금감원은 대심제(對審制)도입으로 제재 대상인 금융사나 임직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권익을 보호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놓고 금융권에선 관치금융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처럼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우회적으로 인사를 겨냥해 셀프연임을 지적한 것 같다"며 "금융사의 영업행태를 최고경영자에 대한 인사로 문제 삼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배구조나 승계와 관련해선 금융회사지배구조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해 왔다"며 "금융사의 부당한 영업행태 개선 방안을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체계 개선에서 찾으면 자칫 금융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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