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대표 징역 15년 ‘확정’…세 갈래로 갈라진 피해자들, 미묘한 입장차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유리창으로 태극기와 법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만2000여명에게 1조원대 금융 피라미드 사기 범죄를 저지른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가 징역 15년의 확정 판결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은 투자 원금을 돌려받는 것과 함께 김 대표의 여죄 묻기, 연루자 처벌 등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박상옥)는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대표는 2014년 672억원 규모의 사기와 유사수신 범죄로 징역 2년의 집행을 3년간 유예 받은 것까지 포함해 총 17년형을 살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FX 마진거래 사업 등에서 발생한 수익이 거의 없거나, 수익의 발생 여부가 불투명했음에도 피해자들 기망해 투자금을 모집했다”면서 “범행의 수단, 방법, 피해 규모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징역 15년의 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FX마진거래는 장외에서 여러 외국 통화를 동시에 거래해 환차익을 얻는 파생거래의 일종이다. 투기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세 갈래로 갈라진 피해자들은 김 대표의 유죄 확정에 대한 반응과 향후 계획에서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를 돕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김 대표의 15년 형량이 죄책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도 “대법원이 형량을 올릴 수는 없다”며 다소 수긍하는 입장을 보였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뇌물, 유사수신, 허위약속어음공증, 강제집행면탈 등 김 대표가 기소되지 않은 혐의들이 있다”면서 “추가 고발을 통해 김 대표의 여죄를 묻고, IDS홀딩스 사건의 배후세력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연합회 측은 김 대표가 홍콩 등으로 빼돌린 은닉자금 전부를 압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연합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총 1억6500만 홍콩달러(약 240억원)를 홍콩법인에 송금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은닉했다. 또 홍콩법인은 7800만 홍콩달러를 인도네시아에, 2000만 홍콩달러를 케이맨 군도로 다시 이전했다. 현재 6170만 홍콩달러의 잔고만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IDS홀딩스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인사·수사 관련 청탁을 들어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달 7일 1회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2017.11.7/뉴스1

또 다른 피해자 모임인 비상대책위원회의 정은희씨는 “‘알텀캡’이라는 변제안에 피해자들이 합의서를 써줘 2심에서 김 대표가 낮은 형을 선고받아 억울하다”면서 “사기 변제안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한 김 대표를 추가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2심에서 징역 15년으로 증형 됐으나, 검찰의 25년 구형보다는 한참 낮은 형량을 선고 받았다.

정씨는 또 “김 대표가 종신형을 살아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사회적으로 다시는 금융 피라미드 사기 범죄가 일어나면 안 된다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라며 “서민들이 두 번 다시는 권력과 힘에 의해 피해를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를 도왔던 각 지점장들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은 데 대해서는 “지점장들이 보석으로 출소된 이후 피해 변제를 위해 선봉에 설 줄 알았는데 오히려 김 대표와 사기 변제안을 추진했다”면서 “철저하게 항소심을 준비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또 “공직자들이 뇌물을 수령해 수사 등을 방해했기 때문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IDS홀딩스 행사에 축하영상을 보낸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 경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자 IDS홀딩스 고문 변호사를 맡은 조모 변호사, IDS홀딩스 측에 축하 화환을 보낸 경찰관, 검사 등을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밖에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현 경찰공제회 이사장), 변제안 대위변제자 한재혁 웅산홀딩스 회장 등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70%(피해금액기준 86%)가 소속돼 대표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변제추진위원회 측은 대법원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파산선고 준비 등 차분하게 향후 절차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변제위 관계자는 “변제안 시작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도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 있다”면서 “대위변제자 한재혁씨에게 지속적인 해명 촉구 및 사법적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대표에게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파산재단에 최대한 많은 자산이 담겨 피해회복이 공평하고 빠르게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감정에 휩싸여 처벌만을 외치기보다, 실제 피해회복이 이뤄지는 중심적인 창구가 되기 위해 많은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향후 방향과 전략을 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된 사측 예납금 대납의혹과 관련해 변제위 관계자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면서 “변제위 민사팀에서 파산절차에 필요한 금액을 각 지점의 피해금액에 비례하여 지점별 부담금액을 정했고, 지점의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위원장이 지점 내에서 걷어서 내도록 요청을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점별로 피해자들의 온도차가 있어 부담비율과 방식 등은 지점 자율에 맡겼다”고 강조했다.

앞서 피해자 29명은 김 대표에 대한 파산을 서울회생법원에 신청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김 대표의 파산에 대한 찬반 입장이 갈려 탄원 및 진정서 수백여 건에 재판부에 제출되고 있다. 현재 5500여만원의 예납금 납입 문제로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의 파산을 찬성하면서도 ‘면책’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김 대표는 IDS홀딩스 주식회사 등을 설립해 운영하면서 피해자들에게 “FX 마진거래 중개사업 등 해외사업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업에 투자하면 수익금으로 월 1%의 이익배당을 보장하고, 1년 후에 원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약 4년 10개월 동안 1만2174명으로부터 총 1조739억원을 가로챈 혐의(특경법상 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금융 피라미드 조직을 이용해 1조원의 돈을 재화 등의 거래 없이 금전거래만 한 혐의(방판법 위반)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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