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고용 vs 고용안정’ 팽팽히 맞서 갈등 장기화 조짐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동조합이 민주노총 계열과 한국노총 계열로 나뉘게 됐다. 문제는 이들 두 노조 간 입장차가 분명하다는 데 있다. 기존 노조였던 민주노총 계열은 여전히 본사 직접고용이 답이라고 고수하는데 반해, 새 노조인 한국노총 측은 일단 사태의 빠른 해결과 고용의 안정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양 노조 간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중부지역공공산업노동조합(위원장 문현군)은 파리바게뜨 제빵노동자 100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은 파리바게뜨 8개 협력사에 소속된 제빵기사들이다.​ ​​기존 노조였던 민주노총 계열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수(700여명)를 넘어선 숫자다. ​​

그간 700명뿐인 민주노총 계열 노조가 5300여명에 달하는 전체 제빵기사를 대표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를 의식한 듯 새 노조는 제빵기사 조합원 수 늘리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새 노조는 조직 확대에 박차를 가해 조만간 전체 점포제조기사 5300여명의 과반수를 확보할 방침이다. ​

 

한국노총 계열 노조 측의 바람대로 현재보다 더 많은 조합원들을 끌어들이게 된다면 교섭대표노조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돼, 본사와의 교섭에서 민주노총 측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고용 정부 지시 이행 시한만료일인 지난 5일 서울 시내의 한 파리바게뜨 지점에서 제빵사가 빵을 만들고 있다. /사진=뉴스1

◇ 기존 노조 “직접고용만이 길”… 새 노조 “조기 해결이 중요”

민주노총 계열 노조는 새 노조 출범을 예상은 했지만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지시가 떨어진 이후 민주노총 계열 노조가 줄곧 주장해왔던 바는 “본사가 제빵기사 5300여명을 직접고용해야 한다”였다. 

 

반면 새로 조직된 한국노총 계열 노조는 무조건적인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태의 빠른 해결에 무게를 두겠다는 쪽이다. 민주노총 계열 노조 입장에서는 새 노조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상 현재의 비정규직 상태로 남아도 상관 없다는 뜻으로 비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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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계열 노조 관계자는 “(한국노총 계열 노조) 가입 원서를 받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새 노조에서 주장하는 바는 결국 직접고용을 주장하지 않고 협력사에서 비정규직으로 남아있겠다는 것이다. 새 노조가 이를 지지하는 것이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또 “새 노조에 가입한 기사들 중에도 분명 직접고용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어 “향후 본사와의 구체적인 협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세워지지 않았다. 본사와의 대화 자리에 불법도급업체인 협력사는 무조건 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노총 계열 노조는 당장은 직접고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당장 중요한 것은 사태의 조기 수습이라는 것이다. 문현군 위원장은 “민주노총 측은 직고용 원하는 기사들이 가입한 거고, 우리는 당장의 직고용 보다는 고용 안정, 처우개선 등 올바른 고용 형태를 가져와야 한다는 쪽”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주장하는 고용안정은 현재의 일자리 유지를 뜻한다. 직접고용 이슈 이후, 인건비 부담에 ‘내가 직접 빵을 굽겠다’는 가맹점주가 늘고 있다. 서울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점포당 제빵기사에 들어가는 급여 역시 올라갈 것”이라면서 “주변에서도 차라리 직접 빵을 굽겠다는 점주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후 직접고용해라 판결이 나면 이를 따르면 되는 것”이라면서 “그 과정이 현재 혼란스러우니까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끌어주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다. 직접고용을 원하지 않는 기사들도 있으니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더 나눠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노총 계열 노조는 다음주 내로 기자회견을 가질 수 있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한편 고용부는 직접고용 시한으로 정한 12월5일이 지났지만 아직 파리바게뜨 본사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은 상태다.​ 고용부는 직접고용 의사에 대해 5300여명 제빵기사에게 전수조사를 실시한 이후 과태료 부과 시기와 금액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해결과 청년노동자 노동권보장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본사의 제빵사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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