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0억 변제안 무산…강도·사기 전과 대위변제자는 행방불명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유리창으로 태극기와 법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만2000여명에게 1조원대 금융 피라미드 사기 범죄를 저지른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의 파산 사건을 두고 피해자들이 뚜렷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가 자신의 파산을 찬성하고, 5500만원에 달하는 예납금과 송달료도 사측이 부담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이번 사건의 저의를 의심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김 대표의 파산선고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회생법원 201단독 재판부에는 수백 건에 달하는 탄원서와 진정서가 제출되고 있다. 12월 7일 기준 약 240건의 탄원·진정서가 제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대표에 대한 파산선고를 신청한 29명의 채권자들도 170여건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대표의 파산을 찬성하는 채권자들은 ‘소액이라도 파산을 통해 투자금을 돌려받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오는 14일까지 예납금과 송달료가 포함된 5500여만원을 법원에 납부해야 파산선고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김 대표 역시 재판부에 제출한 채무자 의견서에서 “최소한 동결된 금액 범위 내에서라도 반드시 피해자들에게 공평하게 재산이 나눠질 수 있도록 판사님께서 도와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만 ‘면책’ 의사는 없다고 했다.

반면 파산을 반대하는 채권자들은 ‘파산은 김성훈을 도와주는 것이고 공평한 분배가 아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채권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형사 고소가 예상되고 이미 민사소송을 통해 빠져나간 2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배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가 해외 등에 은닉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 문제,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채권의 청구권 시효 3년 등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또 김 대표가 대위변제자를 통해 ‘3년 안에 8000억원을 변제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면죄부를 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더욱이 예납금 등을 IDS홀딩스 측에서 대납하는 방법이 검토된다고 알려지면서, 파산신청을 사측이 주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 이번 파산신청으로 인한 법원의 보전처분 결정으로, 김 대표에 대한 민사사건이 중지되는 등 김 대표가 간접적인 이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 예납금 대납의혹과 관련해 변제위 관계자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면서 “변제위 민사팀에서 파산절차에 필요한 금액을 각 지점의 피해금액에 비례하여 지점별 부담금액을 정했고, 지점의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위원장이 지점 내에서 걷어서 내도록 요청을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점별로 피해자들의 온도차가 있어 부담비율과 방식 등은 지점 자율에 맡겼다”고 강조했다.
 

'알텀캡 울트라 캐퍼시티 판매사업 사업타당성 검토보고서' 일부. 5400억 가치가 있다던 이 사업은 최종 무산됐다. 사진출처=변제추진위원회


한편, IDS홀딩스 측이 피해자들에게 5400억원을 갚겠다며 한재혁 웅산홀딩스 회장을 대위변제자로 내세워 추진한 ‘알텀캡’ 사업은 최종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알텀캡 사업은 IDS홀딩스가 내세운 한국기업과 미국기업 사이의 라이선스 독점계약을 기반으로 추진된 사업으로 그동안 ‘사기 변제안’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과거 IDS홀딩스 측은 셰일가스 사업, 오퍼튠 사업 등도 추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변제추진위원회 측 관계자는 “알텀캡 사업 자체는 무산이 된 게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변제를 위해 세운 회사의 주식이 유효하기 때문에 한 회장 측에 주주명부를 확정해 달라는 내용으로 내용증명을 보낼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도 및 사기 전과가 있는 한 회장과 김웅 웅산홀딩스 총괄대표는 현재 두 달째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에 대해 변제위 관계자는 “한 회장이 해명을 요구하는 변제위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서도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았다.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문제 해결 의사가 있는 사람을 너무 압박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고 김성훈 대표가 우선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변제안 무산에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지점장들이 대위변제자 활동비 명목으로 한 회장에게 사비 약 15억원을 전달해 줬다”면서 “지점장 그룹이 한 회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금융사기 범죄는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린다. 그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FX마진거래 사업 등에 투자하면 매달 1~10%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원금도 보장된다고 속여 피해자 1만2076명으로부터 1조96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무죄를 주장하며 상고했고, 오는 13일 대법원 확정 판결이 예정돼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