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이재용 재판서 증언…“최씨가 2017년 예산안 삼성에 보내라고 했다”

삼성전자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후원금을 부당하게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시호씨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순실씨가 지난해 10월 독일에 도주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로부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3차 후원금을 받으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는 11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발언했다.

장씨는 특검이 “2016년 10월 중순 삼성전자가 영재센터에 추가 후원해줄 수 있는지 문의하기 위해 이규혁 전 센터 전무가 이영국 전 삼성전자 상무에게 전화했다. 이 전무가 ‘다음주에 만나자’고 해서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순실이 3차 후원을 받으라고 한 것이냐”라고 묻자 “다음연도(2017년) 예산안을 (삼성 측에) 보내라고 해서 (그런 것)”이라고 증언했다. 

 

앞서 삼성은 2015년 10월과 2016년 3월 2차례에 걸쳐 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했다.

특검이 이어 “최순실이 3차 지원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다 됐다면서 연락해 보라고 한 것이냐”라고 묻자 장씨는 “독일에서 전화가 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시점이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기 직전이냐는 물음에도 “네 맞다”라고 답변했다.

특검이 “최씨 전화를 받고 3차 지원도 최씨와 윗선에서 어느 정도 얘기가 됐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그는 “(최씨가) 만들라고 하면 만드는 위치라 그런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장씨의 증언대로라면 최씨는 국정농단 사건이 촉발되기 직전 독일로 도주한 상황에서도 삼성 측의 후원금을 받아낼 계획을 세운 것이 된다.

앞서 최씨는 지난해 9월 3일 독일로 출국해 지난해 10월 30일 귀국했다. 10월 24일은 JTBC가 태블릿PC를 최초 공개한 날짜, 10월 25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날이다. 국정농단 사건이 촉발되지 않았다면 최씨의 범행이 계속될 수 있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장씨는 이날 또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최씨의 지시를 따르는 ‘상명하복’의 관계라고 증언했다. 지난 7일 최씨 측은 특검 프레젠테이션(PT)과 관련해 박 전 전무가 승마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한 주범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장씨는 최씨와 공모해 영재센터에 삼성전자가 16억2800만원을 후원하도록 압박한 혐의로 지난 6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장씨는 또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GKL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2억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받아낸 혐의, 영재센터 자금 3억여원을 횡령하고 국가보조금 7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