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혜택 적어 국민통장 되기는 '역부족'…영국·일본 사례 참고해야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한 시중은행 본점 창구에서 고객들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뉴스1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혜택이 확대되고 중도 인출이 가능해지며 신(新)ISA가 금융고객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이번 세제혜택 확대가 당초 정부 안에 미치지 못한데다 소득이 없는 주부, 노인 등에 대한 가입 자격은 여전히 막아둬 차후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국민통장'으로 재도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세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ISA에 대한 세제혜택이 확대돼 가입에 따른 메릿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ISA는 계좌에 예금이나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여러 금융상품을 담을 수 있는 상품이다. 고객이 자산포트폴리오를 짜는 신탁형 ISA와 금융회사가 제시한 모델포트폴리오에 가입하는 일임형 ISA가 있다.

의무가입 기한인 5년이 지나고 발생한 순익 200만원(일반형·농어민형), 250만원(서민형)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았으나 세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서민형과 농어민형에 한해 비과세한도가 400만원으로 늘어났다.

중도인출도 가능해졌다. ISA 가입 고객은 납입 원금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중도 인출도 허용돼 긴급한 자금 수요에 대응할 수도 있다. 개정 전 ISA에서는 5년 가입기간(서민형 3년)을 지키지 못하고 중도인출을 할 경우 감면된 세율을 물려 받았다. 기존에는 퇴직·폐업 등 예외 사유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했으나 내년부터는 납입원금 범위 내 중도인출을 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다만 금융권에선 ISA가 국민통장이 되기 위해선 여러 제약들을 선진국 수준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ISA는 정부가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로 만능통장 이름을 내걸며 야심 차게 추진했으나 절반 이상이 1만원 미만의 소액계좌에 머무는 등 도입 취지가 무색한 실정이다.

일단 비과세 한도가 애초 정부안(일반형 200만원→300만원, 서민형 250만원→500만원, 농어민 200만원→500만원)보다 서민형과 농어민은 각 100만원씩 줄고 일반형은 현행 유지되면서 비과세한도 매력이 크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비과세한도를 늘려줬지만 고객 입장에선 이 부분이 ISA를 가입해야 하는 이유가 될지 모르겠다"며 "중도인출 허용 부분이 더 큰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ISA 개정에도 불구하고 가입 대상자는 근로·사업소득자, 농어민 등 소득이 있는 자에 한해 놨다. 주부와 노년층이 빠져있어 중서민층의 재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ISA의 목표와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본은 20세, 영국은 18세 이상이면 소득이 없어도 ISA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ISA에 제약이 많아 고객으로부터 매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어왔다"며 "주부·은퇴자의 가입을 허용해야 차가워진 고객 반응을 바꿀 수 있다. 영국 등 선진구처럼 가입 대상을 다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윤신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ISA가 처음 나왔을 때 중도인출을 막아둔 부분이 제도의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됐었다"며 "비과세 혜택도 많이 늘어나긴 했지나 중도인출이 허용된 게 제도 활성화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연구위원은 "일본 ISA도 처음엔 연령으로 구분되다 차후에 주니어ISA가 출시됐다"며 "주부, 학생, 노년층 등 소득없는 고객에게 ISA가입 조건을 당장 열어달라고 하긴 어렵겠지만 ISA가 시장에서 활성화되고 정착되는 추이를 보고 제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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