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줄인다는 논리는 단기적 시각일뿐…백년대계 지니고 적극 육성해야

핀테크가 부각되면서 금융권 일자리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글로벌 흐름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업무 자동화에 따라 일자리가 축소될 수 있으니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시각과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강국이다. 메모리와 LCD, AMOLED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올 들어 후발 주자와 격차를 갈수록 벌리면서 국가 자존심을 더 높였다.

 

그러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과 밀접한 장비 산업 역시 일부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디스펜서(소재주입)나 세정 등의 분야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의 삼성전자 같은 압도적 대기업이 아닌 다수의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을 상대로 활발한 수출 활동을 주도하는 차이가 있다.

 

장비 분야 중소기업들이 세계 1위에 오르기까지는 반도체 맏형들의 역할이 컸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은 소자나 디스플레이 분야 자동화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했고, 이는 국내 장비산업을 글로벌 1위로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졌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도 핀테크와 비슷한 우려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화 투자로 공장 내 인력이 줄어들어 고용 없는 성장이란 비판이었다.

 

자동화 투자가 진행될수록 일자리가 소자와 디스플레이를 직접 생산했던 대기업에서 장비 전문 중견·중소기업으로 옮아갔다. 고용 없는 성장, 일자리 악화 등의 우려를 낳았던 대기업의 자동화 투자가 결국 해외 시장을 개척한 수많은 전문 장비 업체의 등장을 이끌었다. 이제는 앞선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기술 발전도 앞섰다. 

 

장비 산업 사례를 보면서 핀테크 산업을 생각한다. 최근 만난 핀테크 업체 대표는 자사 솔루션을 거의 무상으로 감독기관과 국내 금융기관에 공급할 계획이다. 수긍하기 힘든 결정이다. 수년간 큰 비용을 들여 개발한 솔루션을 원가에 넘기겠다니?

 

그는 더 큰 돈을 벌고 싶다고 말한다. 다만 그의 시선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해외를 향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을 구축 사례로 삼아 해외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태생부터 글로벌을 지향하는 기업인 것이다. 이 업체만이 아니다. 해외송금부터 리스크관리 솔루션까지. 핀테크 기업들은 우리 시장은 국내가 아닌 외국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핀테크 업체들이 대부분 외국 시장을 겨냥해 서비스를 개발한다. 규모는 작지만 대신 빠르다는 장점을 내세워 해외 시장을 주목한다. 우리나라가 동남아시아에 비해 새로운 서비스나 규제가 등장하는 것은 이들에게는 커다란 기회다.

 

금융 업계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핀테크 산업은 최근 비대면 채널의 발달로 양질의 일자리인 금융권 고용이 줄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과거 장비산업이 반도체 산업의 일자리를 줄인다고 우려했던 것과 판박이다.

 

하지만 계속 대면 채널에만 매달린다면 결국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산업 육성의 기회를 잃게 된다. 비대면 서비스 강화는 국경을 넘어 동남아시아나 중국 등을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을 발굴할 절호의 기회다. 눈앞에 보이는 일자리 감소는 일시적 현상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금융위원회 산업 육성은 아쉬운 점이 많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은 강경한 반론에 부딪혀 표류한다.

 

당장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보고 위축되기보다는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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