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어린이집 교사 열악한 처우 방치…누리과정 의무 도입으로 부담 되레 가중

지난 5일 오전 강원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 예초유치원생들이 자신이 그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응원그림을 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내년부터 중앙 정부가 누리교육과정 부담금을 전액 지원한다. 모든 유아가 동일한 교육·보육 서비스를 받도록 국가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유아들에 대한 지원보다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 개선이 더 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누리과정의 의무 도입으로 유치원·어린이집에 대한 수요가 커진 가운데, 지금도 열악한 처지인 교사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영유아보육료에 대한 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912억원 늘어난 3조2575억원으로 확정됐다.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대한 전액 국고 지원을 위해서는 2조586억원이 편성됐다.

누리교육과정은 만 3~5세 취학 이전 아동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공통 보육·교육과정이다. 모든 유아가 동일한 교육·보육서비스를 받도록 하는게 주요 취지다.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동일한 지원으로 육아 교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낮추겠다는 목표다. 전체 내년도 교육부 예산은 올해보다 10.7% 증가한 68조2322억원으로 확정됐다.

누리과정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만 3~5세 유아 1인 당 월 22만원을 지원한다. 국공립유치원 경우 월 6만원을 지급한다. 방과후 과정을 신청한 모든 유아에게는 월 7만원(국공립유치원 월 5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그런데 올해로 시행 6년차인 누리과정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이라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시행력에 대한 점검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문무경 육아정책연구소 국제연구협력실장 등 세 연구자가 발표한 지난 2016년12월31일 발표한 ‘누리과정 실행 평가:교사의실행수준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에 따르면 “누리과정을 커리큘럼으로 인식하기보다 비용지원 측면만 부각되고 있다"며 “이에 정작 질적 (누리과정의) 질적 향상에 대한 관심과 검증이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또 정부가 영유아에 대한 지원을 늘려도 양질의 교육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육·보육 서비스를 위한 유아들의 지원은 강화되는 한편 정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사들에 대한 처우는 제자리 걸음이라는 주장이다.

누리과정 실행평가 보고서는 “유치원에서 업무 과다로 참여교사들의 시간적 제약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반성하고 다음 수업에 건설적 반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수업 연구시간 보장과 처우개선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 원장은 “누리과정·아동수당 확대는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아이들의 교육·보육을 책임지는 교사들의 처우 개선이 더 시급하다"며 “국공립 유치원과 비교해 어린이집 보육 교사들의 처우는 굉장히 안 좋다. 교사는 한정돼있고 처우가 열악한 상태에서 부담만 가중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최저임금은 오르는데 보육교사들 월급은 그대로다. 몇년째 동결”이라며 “교사들이 힘 내서 일할 환경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3세 유아를 가진 학부모는 “몇 달을 기다려 아이를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홈스쿨링’을 택했다. 교사 한 명 당 너무 많은 아이들이 배정돼 교육 환경이 너무 열악했던 것”이라며 “인터넷에서 누리교육과정 내용을 찾아 집에서 하고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서 통과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보육교직원 인건비는 최근 3년간 보육교사 증가율 2.1%를 반영해 정해진다. 교사 겸직 어린이집 원장에게는 월 7만5000원의 수당이 지급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