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성패 첫 주 판가름, 1위 유지기간도 하락…배급사‧극장 ‘영화 평판관리’ 중요해져

영화 '군함도'가 개봉 이틀째 100만 관객을 돌파한 지난 7월 27일 서울 여의도 CGV에 군함도 광고가 걸려 있다. / 사진=뉴스1

“2013년도에 최종관람객의 70%에 도달하는 시일이 8.5일이었다. 그게 올해는 6.8일로 떨어졌다. 한국영화는 이 수치가 9.2일에서 7.1일로 줄었다. 영화관객이 물 밀려나가듯 빠져나가는 게 계속 목격되고 있다.”

이승원 CJ CGV리서치센터장이 꺼낸 말이다. 지난 6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2017 영화시장 결산 및 2018년 트렌드 전망’ 자리에서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다. 최종 5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있다고 가정하자. 수년 전에는 이 영화가 350만명을 넘어서는 데 8.5일이 걸렸다. 같은 상황이 올해 일어났다면 채 1주일도 걸리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흥행에 그만큼 가속도가 붙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올해 국내 박스오피스 시장에는 3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크게 줄었다. 이를 두고 이 센터장은 “300만 영화가 항상 50% 이상을 차지했는데 올해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면서 “더 이상 영화가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부정적으로 이슈가 된다면 모를까. 과거에는 내가 영화를 안보더라도 인지는 했다. 요즘에는 아무리 마케팅 비용을 써도 인지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신 300만을 기대할만했던 영화들이 200만대 관객에 그친 게 눈에 띈다. ‘덩케르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 ‘혹성탕출: 종의전쟁’ 등 블록버스터급 할리우드 작품들이 특히 이목을 끈다. 기대대로라면 300만을 넘어 500만 동원까지 바라볼 수 있었던 영화들이다.

좋지 않은 지표는 또 있다. 올해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1주일 간 1위를 유지한 작품은 22편에 달했다. 2013년에는 이 숫자가 9편에 불과했었다. 핵심은 ‘1주일 간’에 있다. 즉 1주일이 지나면 박스오피스 순위가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뜻이다. 이를 영화업계서는 ‘드롭(drop) 확률’이 높아졌다고 표현한다.

‘드롭확률 증가’는 영화산업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1주일 간 승부를 봐야 한다’는 논리의 고착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면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1주차에 최대한 많은 스크린을 배정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크고 화려한 영화일수록 이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이는 곧 영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연결된다. 악순환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 ‘군함도’다. 군함도의 첫날 관객은 97만명에 달했다. 역대 최고기록인 부산행(87만명)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부산행의 최종관객은 1156만명이었다. 군함도는 659만명으로 스코어를 마감했다. 무엇이 달랐을까.

이 추락을 두고 엄밀한 과학적 분석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다만 군함도 개봉 이후 작품에 대한 불리한 여론이 조성됐다는 걸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 군함도에 스크린이 너무 많이 배정돼 반감이 확산된 탓이 컸다. 군함도는 개봉일에 전국적으로2027개 스크린을 확보해 1만 174회의 상영 기회를 얻었다. 역대 최대규모다. 설상가상으로 때 아닌 ‘역사왜곡’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 과정서 포털사이트 평점 역시 곤두박질쳤다. 결국 영화에 대한 부정적 바이럴(Viral)이 널따랗게 퍼졌다.

이 센터장은 “(영화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지인의 평가, 영화커뮤니티 평가, 전문가 평점, 인터넷포털 평점 등에 관객들이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평점관리가 영화 배급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일 중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배급사에게만 큰일이 된 건 아니다. 극장 역시 수익을 키우기 위해 이 같은 ‘평판의 경제학’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김홍민 CGV 편성전략팀장은 “스크린편성 기준이 무엇인가라고 많이 묻는다. 과도한 스크린 편성으로 인한 반감이나 바이럴 확산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