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로드샵 전문 패션 O2O앱 ‘브리치’ 창업…내년 통합물류센터·해외 DB 구축

홍대의 트렌디한 옷 매장을 온라인으로 가져오면 어떨까? 오프라인 로드숍에서만 파는 옷을 우리 집에서 살 수 있다면?


가로수길에 큰 남성옷 전문 매장이 있었다. 이진욱 대표는 그 곳의 단골손님이었다. 그러나 직접 그 매장을 방문해야만 옷을 살 수 있었다. 번거로움을 감수해야만 ‘득템(좋은 물건을 사는 것)’ 기회가 생겼다. 이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이 대표는 지난 10년간 위메프, 지마켓 대형 온라인 커머스 기업에서 패션·뷰티 사업총괄을 담당했다. 패션업계에 몸담은 덕에 창업 아이템도 빠르게 선택할 수 있었다. 브리치는 가로수길, 홍대, 강남 등 오프라인 매장 등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창업 초반엔 발품을 많이 팔았다. 매장에 직접 가서 옷을 가져왔다. 심지어 배송까지 이 대표가 직접 해줬다. 매장영업이 끝나는 밤 10시에 직접 홍보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초반엔 꺼려하던 오프라인 매장 사장들도 마음을 열었다. 재고관리, 물류관리 등 ‘성장통’을 겪는 사장들을 이끌어주며 지금의 브리치를 만들었다.

이 대표 명함에는 ‘대표’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그 자리엔 ‘골목대장’이라는 단어가 대신한다. 골목을 위해서 일했고, 일할 것이라는 이 대표를 6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브리치 본사에서 만났다.

◇ “오프라인 터줏대감 매장을 온라인으로… 로드숍 매출 3배 이상 오른대요”

온라인엔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있다. 제도권 브랜드와 온라인 쇼핑몰들이 독점하고 있는 형태다. 이 대표는 롱테일(Long tail) 사업자에 집중했다. 롱테일이란 주목받지 못한 다수가 핵심적인 소수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긴꼬리처럼 이어지는 시장을 주목했다.

“강남, 압구정, 가로수길, 홍대 등 거리마다 터줏대감처럼 오프라인 전용 매장들이 있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들은 온라인 시장을 잘 알지 못한다. 일단 배송 시스템을 잘 모른다. 온라인 마케팅은 더 무지하다. 브리치는 이 매장을 발굴해서 온라인 시장 채널을 만들었다. 현재 약 매장 2000개가 브리치 입점해있다.”

브리치는 이용하는 소비자는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10대들보다는 소비력이 있는 20대들이 더 활발하게 브리치를 이용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좋은 경험을 가진 소비자들이 주로 브리치를 찾는다. 지역 중에서는 ‘홍대’ 매장 옷이 가장 잘 팔린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대구, 부산 옷이 인기가 많단다.

 

 

6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브리치 본사에서 이진욱 브리치 대표를 만났다. / 사진=노성윤 영상기자

이 대표는 새로운 시도를 좋아한다. 단순히 매장 옷을 입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상공인을 육성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도매상을 위한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간 거래) 사업도 강화 중이다. 통합물류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장사가 잘되면 자연스럽게 배송량이 많아진다.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 사장들은 배송 시스템을 어려워한다. 이를 도와주기 위해 (물류센터가) 만들어졌다.

“브리치 입점 매장 사장들은 매출이 오르는 것을 가장 고마워한다. 통상 브리치에 입점한 매장은 1000만원 이상 매출을 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10평 기준으로 매장은 1000만원 정도를 번다. (브리치 입점하면) 시설비 투자 없이 매장 하나를 더 내는 셈이다. 어떤 분은 작게 매장을 냈다가 건물을 사기도 했다. 방금도 어떤 사장님이 매출이 세배 뛰었다고 연락왔다. 그럴 때 뿌듯하다.”

◇ 롱테일 사업자 데이터베이스‧신상품 20만 개가 ‘강점’… 일본부터 해외진출 속도낼 것

온라인 패션 커머스들은 셀 수가 없다. 브리치만의 강점은 데이터베이스(DB)다. 기존 온라인쇼핑몰이 아닌 오프라인 전용 매장들 데이터만 수백만개가 넘는다. 신상품 수도 눈에 띄게 많다. 20만개 정도가 브리치 플랫폼에서 새롭게 론칭된다. 스페인에서 건너온 의류 매장 ‘자라’는 1년에 신상품 5~10만개가 들어온다. 롱테일 매장들과 함께하다 보니 상품 수가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준다. 롱테일 DB는 기존 커머스가 갖고 있지 않다. 브리치만의 차별점이다. 이제는 대기업 유통사들에게 먼저 함께 하자는 연락이 온다. 미국엔 스몰비즈니스 새터데이라는 행사가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와는 다르다. 토요일에 인디 브랜드, 로드샵들이 대규모 할인행사를 여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매년 브리치는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과 함께 ‘리치마켓’을 열고 있다. 인기 로드숍 브랜드 상품을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리치마켓은 하루 2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내년엔 영상팀을 강화시켜 유명인사와 로드숍 협업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오프라인 매장들을 전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O2O 통합 솔루션도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해외진출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브리치는 애초에 해외를 겨냥했던 사업모델이다. 지금도 일본, 미국 몇몇 매장들이 입점해있다.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매장 DB를 쌓을 것이다. 일본 하라주쿠 숍을 한국에서 쉽게 쇼핑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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