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장, '얼리어답터' 면모로 디지털전략 이끌어…윤회장, 실리콘밸리 등 찾아 디지털혁신 독려

'리딩뱅크' 경쟁을 뜨겁게 펼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핀테크 부문에서도 우위에 서기위한 각축이 치열하다.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과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며 이런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두 지주 회장은 핀테크 기업과의 네트워크 강화 분만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도 힘쓰는 등 '같은 듯 다른' 색깔의 경영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과 KB금융은 핀테크 시대를 맞아 차별화된 전략으로 치열한 디지털 금융 시장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금융권의 대표적 얼리어답터다. 최신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구입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 사진=뉴스1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 회장이 최신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구입해 사용하면서 스스로 각 스마트폰의 디지털뱅킹 구동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스마트기기마다 다른 모바일뱅킹 시스템을 확인하고 개선점을 찾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조 회장 본인이 스마트폰을 자주 바꾸면서 최신 기술에 대한 정보력을 갖추고 있다 보니 주변 부하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디지털뱅킹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병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어나는 디지털금융 발전을 확인하고 신한금융에 접목할 수 없는지 고심하고 있다. 지난10월에는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를 직접 찾아 주요 임원들과 디지털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조 회장은 아마존 주요 파트너사 최고경영자에게만 제공되는 CEO벤치마킹을 실시했다. 이날 CEO 벤치마킹은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클 클레이빌(Mike Clayville) 글로벌 세일즈 및 사업개발 부문 부사장이 조 회장을 본사로 초청해 성사됐다.

조 회장은 아마존 각 사업부 CEO급 임원과 함께 양사 협력을 위한 토의를 진행해 신한금융에 인공지능 음성뱅킹 서비스 개발을 위해 아마존 음성인식 AI를 도입하기로 결졍했다. 조 회장은 또 지난 6월 첫 미국 출장을 통해 디지털 혁신을 위해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전략적 협력 합의(Strategic Collaboration Agreement)를 체결한 바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사진=뉴스1

신한금융과 리딩금융그룹 라이벌 관계에 있는 KB금융의 윤종규 회장도 직접 해외시장 출장을 다니며 디지털금융 선도그룹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를 둘러보며 4차산업혁명에 뒤쳐지면 KB의 금융사업이 단순 공공재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를 하며 KB금융의 모든 사업을 디지털 혁신에 기반해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당시 출장길에 오른 윤 회장이 통역 없이 직접 현지 핀테크 전문가들을 비롯한 금융사 관계자와 대화하며 현지 동향과 정보, 다양한 의견을 챙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옆에 있는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그런 윤 회장 모습을 보며 안절부절못했다"며 "그만큼 윤 회장이 디지털 혁신을 위한 열의가 대단했다. 단순히 공부 차원의 출장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회장은 지주와 은행, 증권, 카드, 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계열사 임원과 함께 미국 출장에 올라 일주일간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에서 동부 뉴욕까지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구글과 아마존 등 미국의 대표 IT기업을 방문했다. 당시 윤 회장은 켄쇼(Kensho), 온데크(OnDeck) 등 핀테크 업체, 앤드리슨 호로비츠 같은 벤처캐피탈, 골드만삭스와 씨티 등 금융기관을 두루 만나 현지 동향과 핀테크 발전 정보를 들었다.

윤 회장은 특히 올해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 체제를 풀고 허인 국민은행장에 자리를 물려주면서 '윤종규·허인' 체제를 시작했다. 윤 회장은 허 행장이 디지털 혁신 등 은행 혁신 전략에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윤 회장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허 행장이 나보다 IT쪽에 더 전문가"라며 "KB의 리브온이나 KB카드의 알파원 등 우리만의 (핀테크) 색을 내고 있다. 기업금융 쪽 디지털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두 금융지주 회장이 핀테크 사업에 관심을 두면서 각 금융지주의 핀테크 기업에 대한 지원도 계속 늘고 있다"며 "글로벌 진출도 전통적 방식인 지점 확대보다 핀테크 기술을 활용하는 시도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의 디지털화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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